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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공한 드라마에는 꼭 배우 오정세가 함께 했다. 이전에도 영화판에서 오정세는 코믹한 연기와 진지한 연기를 다 소화할 줄 아는 만능 얼굴로 꽤 인지도가 있었다. 무표정하면 서늘한 조커, 해맑아지면 말 안 듣는 큰 조카 같은 느낌의 배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진상고객 노규태로 시청자에게 훅 들어왔다. 이어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재송그룹 상무 권경민으로 연타의 훅을 날렸다. 두 드라마 캐릭터의 공통점은 모두 악역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데 있다. '동백꽃'의 노규태는 까멜리아 '개저씨' 캐릭터의 현현 같은 악역이었다. 권경민 역시 콤플렉스 덩어리 재벌가 인물의 표본으로 드림즈 구단을 어떻게든 삶아먹고 내던지려는 악역이었다.
그런데 오정세의 악역 연기는 좀 달랐다. 오정세의 악역은 깐죽거리는 표정을 장착해서 얄밉긴 얄미운데 실수하고 칭얼거릴 때마다 은연중에 귀여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동백꽃'의 노규태는 극 후반부 아내 홍자영(염혜란)과의 장면들에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정말 미운 놈인데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남편 같은 사기캐릭터의 냄새를 풍긴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 시청자들은 '동백꽃'에서는 극 초반 정말 미워하던 종태를 극 후반에 이르러 달리 보기에 이른 것이었다. 사실 규태 캐릭터는 뻣뻣하거나 단순하게 연기하면 정말 진상에서 끝날 인물이었다. 하지만 오정세는 특유의 디테일한 '찌질미'를 보여주며 이 캐릭터를 극 후반부에 완전히 변화시켰다.
한편 '스토브리그'의 경민은 규태보다 훨씬 더 빳빳한 악역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배우 오정세가 던지는 매력에 다시 한 번 홀릭했다. 무개념 재벌가 남자가 헛다리를 짚을 때마다 보여주는 은근히 귀여운 태도 때문에 어느 순간 독해도 밉지 않은 악역이 된 것이었다.
2020년 오정세는 어느덧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벗어나기로 작정한 듯하다. 우선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오정세는 악역이 아닌 인물로 등장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캐릭터는 문강태(김수현)의 형 문상태(오정세)다. 오정세는 누구보다 해맑은 고기능자폐인문상태를 연기하기 위해 특유의 '깐죽'대는 표정을 집어넣고 해맑은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다. 거기에 고기능자폐인의 말투나 움직임을 충실하게 재연해 역시 이 배우가 연기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중반부에 접어든 '사이코'는 특별히 흥미로운 전개가 없기에 눈길을 끄는 것은 오정세의 연기 정도가 전부다.
한편 오정세는 JTBC 드라마 '모범형사'에서도 등장한다. 위험하게도 이번에는 한 번 더 악역이다. 그는 이제 인천 최대 거부의 아들 오종태로 나타났다. 같은 악역이지만 종태는 '동백꽃'의 규태와는 상태가 다르다. 깐죽거리고 궁상맞지만 귀염성 있는 시골 유지가 아닌 진짜 돈의 맛에 중독된 이기적인 인간이다. 당연히 배우 오정세는 쉽게 규태와 종태를 구별할 것이다.
다만 시청자가 보기에 '모범형사'의 종태는 '스토브리그'의 악역 경민과 겹쳐지는 면이 있다. 또한 '스토브리그'가 종영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귀여움은 1도 없어 보이는 종태를 연기해야 한다.
만일 배우 오정세가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상태로 순수 연기의 절정을 드러내고, '모범형사'의 종태로 '스토브리그'의 악역과 다른 결의 악역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아마 그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배우로는 사상 최고의 승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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