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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첫방송한 ‘악인전’. 1, 2부 중 1부만 방송됐다. [사진 KBS]
지난 25일에는 KBS2 예능 ‘악인전’이 첫 회부터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음악 늦둥이 김준현ㆍ문세윤ㆍ붐이 레전드 음악인 송창식을 만나러 간 VCR 영상을 보던 도중 ‘곧이어 2부가 방송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중간광고를 내보냈지만, 2부 대신 다큐멘터리 ‘세상의 모든 다큐’가 방송됐다. 이후 ‘방송사 사정으로 ‘악인전’ 2부는 다음 주 토요일에 방송된다’는 자막이 흘러나왔고, 제작진은 이튿날 “미처 후반 작업을 다 마치지 못해 2부가 방송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언니들의 슬랭덩크’(2016, 2017)를 연출한 박인석 PD와 손잡고 20여년 만에 음악 프로듀서로 나선 이상민이 24일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소중한 프로그램”이라는 각오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 고무줄 편성도 잦아지고 있다. tvN ‘하이바이, 마마’는 이달 초 “불가피한 스케줄 조정과 보다 안정적인 제작을 위해 결방하기로 했다”며 1주간 결방했고, ‘사랑의 불시착’은 “배우와 스태프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촬영할 수 있는 제작현장을 확보하기 위해” 두 차례 결방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달 4부작 파일럿으로 선보인 SBS 시사교양 ‘정치를 한다면’은 매회 방송 시간이 달라져 혼란을 빚기도 했다. 1ㆍ2회는 금요일, 3회와 4회는 각각 일요일과 토요일에 방영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시간 부족과 인건비 증가 등 제작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편성도 시청자와 약속이기 때문에 이를 연거푸 깨는 것은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종편 PD는 “방송사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주 52시간은커녕 68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곳도 많지 않다”며 “방송이 나가는 순간에도 5분, 10분 단위로 추가 편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드라마 촬영을 방송 1달 전에 들어갔다면 요즘은 2~3달 전부터 시작하는 등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태프의 경우 일당으로 받기 때문에 촬영 기간은 길어졌지만 근무 날짜는 줄어들어 실제 임금도 줄어든 경우가 많다”며 “제작비를 지급할 때 인건비가 후순위로 밀리는 관행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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