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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99개국·자치령 등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3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아직까지 단 한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들이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했음에도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은 여전히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들 나라 대부분이 코로나19 진단 능력이 떨어지거나 확산 실태를 외부에 숨길 가능성이 높은 ‘사각지대’로 꼽힌다. 폐쇄적인 독재 체제에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이어서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시 피해는 몇곱절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사망자 현황 등을 집계하는 월도미터스(worldometers.info)와 미국 존스홉킨스 통계에 따르면, 30일 현재 ‘확진자 0명’인 나라는 동아시아의 북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중동의 예멘, 아프리카의 남수단·보츠와나·레소토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식적으로 ‘미발병국’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나라에서도 확산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 제로(0명)’였던 나라에서는 속속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지난 21일 첫 환자가 발견된 뒤 확진 9명, 사망 1명이 발생했다. 미얀마에서도 지난 22일, 라오스에서는 지난 23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감염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미얀마는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지난 16일 TV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감염된 이는 하나도 없다”고 발표하는 등 ‘코로나 무풍지대’임을 은근히 자랑해 왔다. 조 테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악수나 포옹과 같은 인사 예절이 없고,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을 주로 사용한 것이 차단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까지 할 정도였다. 미얀마는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국경선을 2000㎞ 이상 접하고 있고, 초기 발병국인 태국과도 인접해 있어 이미 확산 단계였을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정부가 이같이 대처해온 것이다.
현재 미발병국의 상황도 미얀마와 비슷해 보인다. 진단·검사 능력 부족으로 환자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제재로 사실상 교역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대표적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북·중 국경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 부대에서 코로나19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고 지난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27일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2280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확산 단계는 추정키 어렵지만 어느 정도 진행됐을 가능성은 높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이란 사이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2006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네번째 임기이고, 타지키스탄도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1994년부터 27년 째 장기집권 중이다. 집권자들의 기이한 행보와 독재정치로 해외토픽에 자주 오르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5년 넘게 내전 중인 예멘과 오랜 내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수단도 코로나19 대응 여력이 부족해 아예 환자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공식 미발병국의 대부분이 세계 최빈국들이어서 보건 체계도 열악하다는 점이다. 남수단은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 발표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5달러(약 34만원)로 190개국 중 190위였다. 예멘(166위), 시에라리온(180위), 말라위(187위)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은 IMF에 GDP 관련 통계가 잡히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이탈리아·스페인 등 서구 주요국들이 자국 내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어 보건·경제적 원조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수개월 후 팬데믹이 진정세에 이르더라도, 방치돼 있는 현재 ‘확진자 0명’인 나라들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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