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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웨스트 햄전은 토트넘에게 주어진 완벽한 공격 전술의 시험대였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1-0으로 뒤처지고 말았다. 때문에 경기는 90분 내내 웨스트 햄이 크게 내려 앉는 구도로 흘러갔다. 웨스트 햄은 2톱을 깊게 내려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했으며, 공간을 틀어막는데 치중했다. 토트넘으로써는 후방에서부터 손쉽게 볼을 소유했으나 웨스트 햄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야 했다.
토트넘은 이날 무려 67%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토트넘이 리그에서 보인 최다 볼 점유율 수치였다. 그러나 기대 득점 면으로는 단 1.2골 만의 수치를 보였으며, 유효 슈팅도 단 4개 밖에 때리지 못했다. 이번 시즌 내내 곪아왔던 토트넘 공격 전술의 문제점이 이번 웨스트 햄전에서 터지고 만 것이다.
-토트넘의 공격 형태와 공격의 2분법적 구분
이날 웨스트 햄은 수비시 4-4-2 대형을 형성했다. 2톱이 하프라인 부근으로 크게 내려서 수비를 시작했으며, 후방의 4x2 수비 진영이 타이트한 간격을 형성해 공간을 틀어막았다. 웨스트 햄은 상대 최후방 선수에 대한 큰 견제를 하지 않으며 토트넘이 손쉽게 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토트넘은 공격시 3-1-6에 가까운 대형을 형성했다. 당연하듯 기존의 4-2-3-1에서 변형된 형태였다. 토트넘은 빌드업 시작시 각 2명의 CB과 MF가 주를 이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각 대형을 형성했으나, 상황에 따라서라면 LCM/호이비에르가 왼쪽 CB지역으로 내려와 백3 대형을 형성했다. 호이비에르는 LCB과 LCM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토트넘의 빌드업 옵션이 되어주려 했다.
한편 양 윙백은 측면으로 넓게 위치하며 공간을 점했다. LB/레길론은 1선으로 높게 전진했으며, RB/탕강가는 측면에서 전방과 후방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 이러한 양 윙백의 비대칭적인 형태는 탕강가의 공격 능력이 레길론 만큼 뛰어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토트넘처럼 일방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데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수적 접근'과 '공간적 접근'이다. 수적 접근은 말 그대로 윗선에서의 수적 우위를 강조하는 접근 방식이다. 선수들이 각 라인 사이 지역을 점해 볼 주위 지역에서 숫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많은 패스 옵션을 확보하고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낸다. 당연하듯 이는 보다 점진적인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갈 때 용이한 접근법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 분배를 얼마나 잘 이뤄내는가이다. 토트넘-웨스트 햄의 전술 구도와 같이 백3 대형이 4-4-2를 상대하는 상황을 갖고와봤다. 만약 이 구도에서 공격팀(백3)이 수적 접근을 이뤄내려 한다면, 후방에서 백3 라인을 통해 상대 2톱을 끌어 들이고 한 명의 수비수가 MF라인을 마주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큰 틀로 놓고 볼 때 전방에서의 8v8 구도가 벌어져 효율적인 수 싸움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러한 수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아 공격팀의 MF가 상대 2톱을 상대하게 된다면 전방에서는 자연스레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이러한 수적 접근은 전방에서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당연하듯 전방에 숫자가 많아진다면 이에 상응하는 상대 수비 숫자 역시 많아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윗선에서의 밀도 증가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또 다른 옵션이 '공간적 접근'이다. 공간적 접근은 윗선에서의 수 싸움을 강조하진 않지만, 상대 수비 진영에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곳으로 빠르게 볼을 투입하는 것이 이 접근법의 목적성이다. 당연하듯 이는 빠른 템포를 추구하는 팀에게 용이하다. 지난 시즌의 뮌헨, 클롭 체제의 리버풀이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밀집 수비를 뚫어왔다.
-토트넘 공격 전술의 문제: 어느 접근 방식을 추구하는가?
토트넘은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데 있어 확실한 컨셉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당연하듯 '공간적 접근' 방식을 보이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윗산에 발 빠른 선수가 손흥민 한 명일 뿐더러, 그렇다고 수비 진영의 선수들이 전방에 발생한 빈 공간으로 과감하게 볼을 뿌려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은돔벨레 만이 전진 패스를 뿌려주는데 있어 탁월한 모습을 보였다.
웨스트 햄전의 토트넘은 수적 접근 방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듯 했다. 공격시 전방 4명의 선수들이 1차적으로 상대 수비-미드필드 라인 사이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전방 선수들이 이러한 전술 구도를 형성한 이상, 후방에서는 반드시 백3 라인 중 한 명이 상대 MF라인을 마주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상대 MF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들어 전방 4명의 선수들이 라인 사이 지역에서 볼을 받을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토트넘 포지셔닝 플레이의 문제점
그러나 이날 토트넘의 후방 진영은 수적 접근 방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웨스트 햄이 2톱을 통해 토트넘 4명의 선수들을 제어할 수 있게끔 했다는 것이다. 위 그림은 RCB/산체스가 볼을 소유한 상황이다. 웨스트 햄은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넣기 위해 2톱이 중앙을 갈랐다. LS/안토니오는 중앙으로 돌아 뛰며 산체스의 측면을 막았으며, RS/포르날스는 6번 지역을 점하고 있는 CM/은돔벨레를 수비했다.
이 상황에서 RCB/산체스는 분명 앞선으로 볼을 치고나갈 수 있었다. 당연하듯 상대 2톱이 중앙을 가른 탓에 산체스의 앞선에 공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앞선으로 볼을 치고나간다면 상대 MF라인을 끌어내고 윙백이나 1선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의 산체스는 상대 MF라인을 끌어내는 것이 아닌, 얼마 안 가 바로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선수 개인의 인식이 아닌 팀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산체스 뿐만이 아닌 다른 후방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시도되는 전진 패스는 상대 수비를 위협하기가 어렵다. 당연하듯 상대 MF라인을 끌어내지 않은 탓에 윗선에서의 공간이 얼마 없을 뿐더러, 전방 선수들과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패스가 위협적으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다면 패스가 연결되는 도중에 상대 수비가 대응하기 쉽다. 또한 설령 볼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공격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볼이 매우 빠르게 연결되는 탓에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공간적 접근'은, 1차적으로 윗선에 공간을 만들고 그곳으로 볼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먼 거리의 패스에 대한 단점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 이는 토트넘처럼 전방에 공간이 크지 않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토트넘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연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웨스트 햄은 각 진영 마다 토트넘의 공격에 비대칭적으로 대응하며 빌드업을 저지했다. 만약 토트넘이 오른쪽 진영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면 LM/린가드가 RB/탕강가에게 향할 수 있는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이 경우 린가드가 중앙의 2톱과 함께 상대 후방 자원을 싸먹을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토트넘이 왼쪽 진영으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RM/보웬이 밑선으로 내려서 LB/레길론을 마크했다. 이 경우 보웬이 측면을 커버하고, RB/쿠팔이 하프 스페이스를 맡게 되면서 웨스트 햄이 레길론과 손흥민을 더욱 타이트하게 수비할 수 있었다.
토트넘 후방 진영의 접근 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여기서도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도, 왼쪽 진영에서 볼을 잡은 LCM/호이비에르는 상대 2톱을 넘어 MF라인을 마주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MF라인을 마주해 RCM/수첵을 상대하게 된다면 중앙의 손흥민, 케인, 라멜라 등에게 공간을 열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토트넘 공격 루트의 국한
토트넘이 보인 이러한 문제는 결국 '공격 루트의 제한'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이 연결되지 못하니, 공격 2선 선수들이 상대 MF라인 앞으로 내려오는 양상이 발생했다. 주로 양 윙어가 하프 스페이스를 축으로 내려오며 CM/은돔벨레와 함께 웨스트 햄의 MF라인을 상대했다. 이 경우 공격 라인의 선수들이 밑선으로 빠지는 탓에 상대 수비-미드필드 라인 사이 지역으로 볼을 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측면의 LB/레길론 쪽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자연스레 RM/보웬이 중앙 쪽으로 처지면서 LB/레길론이 측면에서 넓은 공간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RB/쿠팔로서는 뒷공간을 지키기 위해 중앙을 우선적으로 수비해야 했다.
하지만 전반전 토트넘은 레길론을 활용하는 것이 다였다. 양 윙어가 내려올 경우, 레길론 쪽을 활용하는 것 말곤 마땅한 공격 루트가 없었다. 상대 2-3선 사이 지역으로 볼을 투입하지 못하니 백4 라인을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가 없었다. 오른쪽 진영에서는 탕강가와 모우라/라멜라의 영향력이 매우 미비했으며, 이날은 뒷공간을 겨냥하는 롱 패스도 매우 부정확했다. 이날 토트넘의 최후방에 선 호이비에르와 산체스, 다이어는 모두 70% 이하의 롱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볼을 소유했다는 것을 고려애햐 한다! 이러한 구도에서 60%대의 롱 패스 성공률은 좋지 않은 기록이다.)
토트넘의 전반전 크로스맵. 상당수가 왼쪽에 치중되어 있다.
(C)whoscored.com
-무리뉴의 전술 변화
후반전을 맞이한 토트넘은 도허티와 베일을 곧 바로 투입했다. 본질적으로는 왼쪽 진영으로만 쏠렸던 공격 의존도를 오른쪽 진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의도였다. 베일은 오른쪽 윙어 자리에, 도허티는 오른쪽 윙백 자리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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