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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커서 집을 살 수 있을까?”
경기도에 사는 워킹맘 A씨(46)는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딸(17)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딸은 매우 진지했다. “왜 그런 걸 묻니” 하자 “우리 반 애들이 요새 그런 얘기를 한다”고 답했다. 중학교에선 안 그랬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 아이들이 '우리 나중에 ○○○ 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자주 하더라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집을 살 수 있을까’였다. A씨는 “뭐든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말문이 막히더라”고 했다.
경기도 평택의 중학교 교사 한모(27)씨는 최근 1학년 남학생과 상담하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아이가 상담 도중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장차 좋은 회사에 취직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아이가 운 이유였다. 한씨는 “매년 해외여행을 할 만큼 넉넉한 가정의 아이였다”며 “요새 다들 취직도 잘 안 되고 사는 게 힘들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갓 중학생 된 아이들도 영향을 받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고민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였다면 차라리 해줄 말을 찾기가 쉬웠을 것이다. 입시 부담이야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학창시절의 고민이 되기에 어색하지도 않다. '취직'과 '부동산'은 너무 현실적인 문제여서 중1과 고1의 고민거리로 받아들이기엔 오히려 비현실적인데, 우리 아이들이 지금 그것을 묻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16년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내 집을 마련하려면 모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7개월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지출만 하더라도 10년 이상 걸리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집을 사려면 15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은퇴 연령이 된 베이비붐 세대는 내 집 마련을 지상과제로 여기며 살았다. 많은 경우 해냈고, 그렇게 마련한 집 한 채는 불안한 노후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다. 무일푼으로 상경해 아끼고 저축하며 내 집을 사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다들 목표로 삼아 덤벼들었는데, 그 출발선을 향해 가는 지금 아이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중·고생은 '할아버지의 재력'이 입시 성공 요건으로 꼽히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부의 대물림 외에는 미래를 담보해줄 여건이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고착화됐음을 뜻한다. "우리가 커서 집을 살 수 있을까"란 물음은 아이들이 양극화의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그 무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씨는 “부모나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니 이런 고민을 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 같다"며 "다소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너무 일찍 좌절하는 듯한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 갈수록 사라지는 계층 이동 ‘사다리’
계층 이동 ‘사다리’에 대한 믿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서 ‘사회경제적 계층의 상향 이동 가능성’에 긍정적 응답을 한 비율은 21.8%에 불과했다. 긍정 비율이 60.1%였던 1994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다음 세대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의 본인세대에 비해 다음 세대인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은 50.5%로 절반을 웃돌았다. 부정적 응답 비율은 2006년 29%, 2009년 30.8%, 2011년 43% 등 꾸준히 높아져 왔다.
이런 생각은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초·중생 512명에게 물었더니 ‘돈이 없어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문항에서 ‘이룰 수 없다’고 답한 초등생이 37.7%, 중학생이 41.3%였다. ‘부모가 물려준 배경(재산 외모 등)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다’는 항목에선 초등생 33.8%, 중학생 3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조와 체념이 자리 잡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헬조선’ ‘수저계급론’에 많은 이가 공감했고, 10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사촌동생(12)과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는데, 동생이 '서장훈이 부자니까 여자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도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말하더라. 열두 살 아이가 벌써 이런 말을 하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박모(28) 교사는 “아이들에게 '어차피 대학은 강남 애들이 갈 것' '나중에 붕어빵 장사나 하겠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을 듣곤 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타일러줄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 꿈을 꾸지 못하는 아이들… 뭘 해줘야 하나
"내가 커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질문에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녹아 있다. 성장을 멈춘 경제,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의 그늘에서 취직과 내 집 마련을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 높은 벽처럼 느끼게 됐다. "나는 커서 ○○가 될 거야" 대신 "내가 커서 ○○를 할 수 있을까"를 말하는 세대. 이것은 과연 그들의 책임일까.
지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다섯 후보는 하나 같이 '일자리 공약'과 '격차 해소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각계각층이 쏟아낸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서도 "청년이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은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했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기반 성장과 다양한 복지정책을 공약했다. 너무 일찍 자조와 포기를 알아버린 우리 아이들이 다시 '장래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작업은 이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변화와 함께 어른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우니 안정적인 길을 택해야 한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듣다보면 성장기 아이들에겐 그런 생각이 그대로 스며들고 만다"며 "어려울수록 헤쳐나갈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불안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부모들이 불안하니 아이들도 그것을 보고 자란다. 부모부터 자신의 삶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한두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 살수있지 30년간 먹고싶은거 안먹고 입고싶은거 안입고 갖고싶은거 포기하면서 돈을 모으면 되지않을까??????????
에휴~~~~우짜노?????????
내가열시미벌어놔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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