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tvN 드라마 ‘도깨비’의 여운이 길게 남아 있다. 해피인듯 해피 아닌, 해피 같은 엔딩으로 인해 더욱 그렇다. 죽음과 망각과 기억이라는 인문학적인 사유를 하게 하는 서사까지 더해져 가벼울 수 있는 드라마에 무게감을 더함으로써 생각거리를 던졌다.
이는 불멸의 생을 사는 도깨비와 죽은 자를 데려가는 저승사자,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매 등 황당무계한 설정임에도 전생과 현생이 연결되는 운명과 기억과 망각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설정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도깨비’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공유(김신)와 김고은(지은탁)이 다시 만나 과거 기억을 살려 서로를 알아봤으니 해피엔딩이다. 물론 지은탁이 말한 ‘슬픈 사랑’의, 운명적이고 영원한 사랑의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승에서 죽고 환생해서 만났는데, 뭐가 해피엔딩이냐는 반응도 있다. 환생해서 만나는 것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영역이 아닌가. 극중 지은탁은 현실세계에서 유치원생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해피와 새드를 떠나 ‘도깨비’의 엔딩이 가치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서사 전개 방식과 잘 맞물린 엔딩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드라마 제목인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기존 드라마들이 100% 예측가능한 뻔한 엔딩의 무료함을 없애고 임팩트을 높이기 위해, 또는 반전을 위해 뜬금 없는 엔딩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깨비’는 생과 사, 이승과 환생, 윤회, 무(無)의 영역을 이야기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펼쳐나갔다. 그 연장선상에서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의 엔딩이 펼쳐졌다. 이건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과 서대영이 죽었다는 사실이 전해진 한참 뒤에야 “몰랐지롱” 하고 살아오는 기법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써니(유인나)의 대사중 인간에게는 4번의 생(生)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건 엔딩까지 감안하는 설정일 수도 있다. 지은탁이 죽고나서 환생해 김신을 다시 만난 것, 지은탁이 교통사고로 저승으로 갈 때 현생에서의 기억을 지우는 차를 먹지 않았던 것, 그래서 죽고나서 30년 후에도 여교생으로 김신을 처음 만났던 첫사랑과, 김신 입장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와의 사랑의 엔딩이 가능해졌다. 현실과는 달리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만나길 빈다’는 말의 여운도 남아있다.
지은탁과 김신 커플은 과거 기억을 가지고 만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왕여(이동욱)와 김선(유인나)은 전생 1~2번째 생의 기억을 완전히 지운 채 세월이 흐른 뒤 형사와 여배우로 만나 연인이 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망각은 신이 내린 최고의 배려가 아닌가.
도깨비’는 김은숙의 몇몇 이전 드라마와 달리 종반에도 이야기가 느슨하지 않았다. 13회에서 악귀 박중헌(김병철)의 등장으로, 공유-김고은의 이야기가 처지던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로써 왕여(저승사자 이동욱)와 김선(써니 유인나)의 스토리가 확 살아나며, 여기에 물려들어간 김신(공유)의 스토리도 긴장감을 다시 살려냈다. 엄밀하게 말하면 10~12회는 조금 느리게 진행됐다. 공유-김고은의 이야기만으로는 서사가 조금 약화되던 시점이어서 13회의 클라이맥스 효과는 더욱 컸다.
비서에서 회장이 돼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는 김 비서(조우진)의 늙은 모습도 그려졌는데, 후반에 극적 반전을 준 유덕화(육성재)의 엔딩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슬픈 해피엔딩’(‘새피엔딩’)을 통해 무엇을 말했던 것일까? 간절히 기다리고, 기억하고 있다면 전생이건 현생이건, 내생에서건 사랑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속에서, 나약한 인간이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 해준 것, 그래야 그 사랑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해준 게 작가의 메시지이자 큰 성과였다.
김은숙 작가로서도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추가할 수 있었다. 서사가 별로 없는, 그냥 로코의 대가에서 의미있는 서사가 가미된 새로운 로코의 대가로서의 명성도 생겼다.
‘도깨비’라는 역대급 드라마가 탄생하게 된 것은 3년전부터기획에 돌입한 김은숙 작가의 마법 같은 필력에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감성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을 지닌 이응복 PD의 공이 빠져서는 안된다.
드라마 작가가 ‘도깨비’ 같은 제작 물량(?)을 주면 안된다. 이건 반칙이다. 김 작가가 쓴 몇 글자를 영상으로 옮기려면 며칠간 작업해야 한다. 이 많은 분량의 작업을 이 PD는 한 번 결방(14회)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수행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자동차로 유괴된 김고은을 구하러 걸어가는 공유와 이동욱 두 남자의 모습, 유괴된 차량을 두 동강 내는 CG, 공유가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는 김고은을 밀어내, 그 힘으로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파손되는 장면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차량만 50대 이상 부쉈다. 939세의 도깨비와 어울리는 고풍스러우면서 품격있는 장소와 저택, 인테리어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간절히 기다리고, 기억하고 있다면 전생이건 현생이건, 내생에서건 사랑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속에서, 나약한 인간이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 해준 것, 그래야 그 사랑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해준 드라마여던듯~~~~
공유의애달픔과고풍스러우면서 품격있는 연기력????
해피인듯 해피 아닌, 해피 같은 엔딩으로 인해 더욱 애절했고~~~
죽음과 망각과 기억이라는 ?????
공유~~~~계속여운에남아서오랫동안생각이날듯
- [닉네임] : 귀둣방울[레벨]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