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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제적 처리는 9일 오후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리기 전 어느 세월호 유가족이 단원고에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떼려다 제적된 사실을 학교 쪽으로부터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시점에서 확인된 사실은 이렇다. 단원고는 지난 1월 21일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감 앞으로 보낸다. 이 공문은 유가족이 단원고에서 입수한 것이다.
이 문서의 학적 처리 지침사유를 보면 '2016학년도 신입생 입학 및 재학생 진급으로 희생(실종) 학생의 학적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2016학년도 개학 이전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학적을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제적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하여 학적 처리지침을 빠른 시일 내에 시달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나흘 뒤인 같은 달 25일에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이재정 교육감 명의로 "학생이 사망하였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서류를 받아 내부결재를 통해 제적처리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와 함께 사망자 및 실종자 학적처리 관련 법령 및 지침 1부를 첨부했다.
제적 처리 소식을 들은 희생학생의 학부모들은 단원고로 몰려가 생활기록부를 떼려고 했다. 하지만 '제적 상태에서 학생의 경우 생활기록부를 발급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동수 아빠'라고 자신을 밝힌 한 유족은 단원고 본관 앞에서 기자와 만나 "학교가 아이들을 완전히 없애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며 "제적이 됐다고 생활기록부를 뗄 수 없다는 것은 아이들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제적이 될 경우 생활기록부를 뗄 수 없는 게 교육부의 행정지침이다. 제적이 됐을 경우 제적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유가족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단원고가 희생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한 사실 자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원고는 생활기록부를 떼려는 학부모들에게 제적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동수 아빠'는 "단원고 교감으로부터 학적부 등을 받아 보니 아이들이 2월 29일부로 제적 처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교영 전 교장이 학교를 떠나기 전 처리한 것인데 실제 제적을 준비한 것은 더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수 아빠'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무슨 근거로 제적 처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협약식을 하기까지 일언반구 없다가 완전히 뒤통수 맞은 심정이다. 학교도 정부가 한 것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두 번 다시는 가족들을 우롱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동혁 엄마'는 "부모들은 아픈 마음 다스려가며 협약식까지 양보했는데 오늘 제적 처리된 게 밝혀진 걸 보면 아이들이 하늘에서 도와준 게 아닌가 싶다"며 "부모들은 협약식을 전면 부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학교 쪽에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제적 상태를 원상회복할 때까지는 교실을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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