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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게시판] [법률] 유만주의 삶(우리함 생각해보자)
상세 내용 작성일 : 16-07-06 17:05 조회수 : 380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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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30년을 생각해 보면 부끄럽고도 가소롭다. 아직 오지 않은 30년은, 다른 식으로 무언가 해 내어 볼 만하고 기뻐할 만한 삶이 될 수 있으려나….

 

 

200년도 훨씬 전 인물의 일기인데도 공감할 대목이 많은 것은 유만주라는 개인의 숨결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뜻은 높되 의지는 약했고,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 학식은 높았으나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자연히 위축됐을 터, 일기 곳곳에 나타나는 열패감과 자괴감이 몹시 쓰라리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룬 게 없다고 한탄하며 초조해할 때는 자기연민이 지나쳐 자기비하에 이른다.

 

 

“겉으로는 고상하고 빛나며 맑고 준엄한 것 같지만, 내실은 둔하고 나약하며 속이 텅 비고 엉성하다.

이런 점에서 온 나라에 너와 맞먹을 자 누구겠는가” “재주도 없고 덕도 없는 서툴고 허술한 젊은이”라고 썼다.

 

 

뜻대로 이룬 것 없이 쌓인 세월과 불안한 미래가 조바심을 더하는 나이. 언제 잔치를 한 적도 없지만, '잔치는 끝났다'고 여기는 대한민국 고단한 서른 살의 한탄일까. 



이 낯익은 반성을 남긴 주인공은 놀랍게도 1784년 서른이 된 조선의 선비 유만주다.   

 

그의 생애는 평범했다.

 

 

일생 과거에 응시했으나 줄창 낙방해서 면이 서지 않았고, 별다른 직분을 맡은 적 없고, 남들이 기릴 만한 업적도 없이 요절했다. 다만 그의 일기는 특별하다.

 

 

스물한 살 되던 해부터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 13년 간 거의 빠짐없이 써내려 간 일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다.

 

 

“나의 글, 시, 말, 포부가 전부 흠영에 있다”며 “흠영이 없으면 나도 없다”고 스스로 썼다.

 

 

일기에 그토록 공을 들인 이유가 사뭇 장엄하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하루라는 시간과, 하루는 한 달과, 한 달은 한 해와 이어져 있다. 이렇게 일기를 씀으로써 저 하늘이 나에게 정해준 목숨을 끝까지 남김 없이 가며 하나도 폐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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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몰라줬을 뿐이지 별 볼일 없는 청춘은 결코 아니었다. 수 천 권의 책을 읽은 독서가요, 비록 완성작을 내놓진 못했으나 거질(巨帙) 역사책을 준비하던 재야 역사가로서, 자신의 지적 편력과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일기에 상술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주제별로 분류한 장서각, 고금의 역사를 총정리한 통사와 인물 열전 등을 꿈꿨고 구체적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괴리를 퇴영적 몽상이 채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으로 살기 좋고 물산 풍부하고 아무 걱정 없이 책 읽고 글 쓰면서 살 수 있는 곳을 그리기도 했다.

 

 

 

요샛말로 치면 루저 혹은 잉여의 기록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깎아 내리기엔 이 일기가 거느린 품격과 깊이가 도저하다. 빼어난 문학이고 지적 사색인 동시에 당대의 증언이기도 하다.

 

 

 

유만주의 자호(自號)이기도 한 흠영은 '꽃송이와 같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을 흠모한다'는 뜻이다.

 

 

그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나의 글은 '흠영'에 있고, 나는 시를 잘 쓰지 못하지만 나의 시는 '흠영'에 있으며, 나는 말을 잘 못하지만 나의 말은 '흠영'에 있다"고 적을 만큼 일기에 애착을 보였다.

 

 

흠영에는 18세기 서생인 유만주가 좋아하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지도, 역사책, 주렴, 여행, 다래를 자주 거론했고 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유만주는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과 어깨를 겨룰 만한 역사가가 되고자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과거에 낙방한 사람을 파락호로 여기는 사회 통념에 상처를 입었다.

 

 

말년에는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일을 하고, 범부(凡夫)의 마음으로 학자의 일을 하며, 부유(腐儒, 케케묵은 선비)의 식견으로 영웅의 말을 하고, 무뢰(無賴)의 식견으로 품격의 말을 한다"며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흠영은 평론집이자 기행문이기도 했다. 유만주는 "나라의 기강은 이처럼 시들하고, 풍속은 이처럼 각박하며, 물가는 이처럼 앙등했다"며 살기 힘든 세태를 꼬집었고 "상민과 천민이 공공연히 '양반'이란 글자를 가져다가 서로 방자하게 일컫는 것은 이미 풍속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직분도 경제력도 없는 형편이어서 두 발로 여행을 다닐 수밖에 없었지만,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필체로 곳곳을 묘사했다.

 

 

남산 봉수대에 올라 뚝섬을 굽어보면서 "강물빛이 몹시 푸르러 마치 바로 눈앞에 마주하는 것 같았다"고 했고, 정릉(貞陵)에서는 "햇빛이 새어드니 몹시도 그윽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고 적었다.

 

 

 

유만주는 부친에게 일기를 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는데, 다행히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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