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이종범(47)은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최고의 ‘호타준족(好打俊足)’으로 꼽힌다. 날카로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도 바람처럼 빠르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종범에겐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종범은 2012년 은퇴한 뒤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종범이 은퇴한 지 5년이 흐른 2017년, 프로야구 그라운드엔 ‘바람의 손자’가 달리고 있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19·넥센)다.
이정후는 지난 2월 고교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인이다. 아버지는 1993년 1차 지명으로 해태에 입단했다. 아들은 지난해 6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둘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 1차 지명’ 선수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홉 살에 야구를 시작한 이정후는 ‘선수 이정후’보단 ‘이종범의 아들’로 더 많이 불렸다. 실력만으로 경쟁해야 하는 프로무대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시범경기 12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0.455(33타수 15안타)·4타점·1도루를 기록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어느 정도 잘할 줄은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자질이 엄청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장 감독은 31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LG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정후를 넣기로 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35타석에서 삼진을 2개만 당했다. 신인 타자가 가장 힘들어 한다는 변화구도 곧잘 쳐냈다. 심재학 넥센 수석코치는 “이정후의 타구는 발사각도가 참 좋다”고 평가했다. 타격 재능에 비해 주루는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 21일 서울 고척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 아빠는 전성기 시절 100m를 11초 대에 뛰셨다. 나는 13초대다. 느린 편은 아니지만 비교 대상이 항상 아빠라서 느려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이종범은 자랑스러운 아빠다.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아빠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시범경기 내내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야구하는 것보다 인터뷰가 더 어렵다”며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서 ‘아빠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컸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아빠가 모를 리 없다. 이정후는 “내가 못해도 아빠는 잘했다고 한다. 무뚝뚝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나에게는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인 이종범은 “정후가 타격 타이밍을 정말 잘 맞추더라. 아들이 나보다 잘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종범이 아들에게 바랐던 것은 딱 하나다. 이종범은 왼손잡이인데도 어릴 때 왼손 글러브가 없어 오른손으로 야구를 했다. 좌타석은 1루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안타를 만들기 유리하다. 글러브가 없다는 이유로 이종범은 왼손 타석 대신 오른손 타석에 서야 했다. 아빠와 반대로 오른손잡이인 아들은 좌타자가 됐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좌타자가 유리하단 사실을 여러번 강조하셨다. 그래서 나는 좌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0대의 이종범이 그랬던 것처럼 이정후의 포지션은 유격수다. 그러나 수비가 불안한 편이어서 외야수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 장 감독은 “정후가 긴 거리보다 짧은 거리를 던지는 걸 힘들어 한다. 시범경기 때 외야로 보냈더니 얼굴이 밝아지더라”고 했다.
이정후는 체격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얼마 전까지 그의 몸무게는 70㎏ 초반에 불과했다. 그만큼 파워가 떨어졌다. 그는 “아빠처럼 나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다. 몸을 불리기 위해 겨우내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매일 4~5끼씩 먹었다”며 “동시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더니 몸무게가 8㎏ 늘었다. 근육을 늘리니 타구가 강해졌다. 몸무게를 85~9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아빠보다 야구를 더 잘하지 않는 이상 이정후는 평생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한다. 그에게 “아버지보다 나은 게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아빠보다 키가 큽니다. 다리도 훨씬 길지요. 하하.”
바람의아덜의아덜이이젠바톤터치하고날라다니는구먼?????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하는데너무신경쓰지말고홧팅???
- [닉네임] : 방귀몸살[레벨]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