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과민반응?
한의사단체 ‘참의료실천연합회’에서 지난 5월 서울
시내버스에 붙인 홍삼 부작용 홍보 광고.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김용모(50·대전시 반석동)씨는 홍삼 농축액 제품을 두 달 정도 먹은 뒤 평소 80∼120㎜Hg으로 조절됐던 혈압이 150㎜Hg 이상으로 올라가는 부작용을 겪었다. “홍삼을 먹은 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숨이 차면서 얼굴도 뜨거워졌다”는 게 김씨가 호소한 증상이다. 김씨를 진료한 한의사 김달래씨는 “소양인 체질인 김씨에게 홍삼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1000여 명의 한의사가 소속된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는 홍삼의 부작용을 적극 홍보하는 단체다. 2011년부터 지하철 전동차와 시내버스 등에 홍삼 부작용을 알리는 광고를 붙이기도 했다. 참실련 이진욱(서울 선재한의원 원장) 회장은 “홍삼을 식품처럼 안전하면서 약만큼 효과가 좋다고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래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광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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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단체 ‘참의료실천연합회’에서 지난 5월 서울 시내버스에 붙인 홍삼 부작용 홍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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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홍삼의 제조 과정에서 인삼의 부작용이 사라진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박종대 교수는 “홍삼으로 가공하는 동안 열에 약한 펩타이드 성분이 다 분해돼 부작용을 좀 경감시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사실상 우리가 수삼을 먹든 백삼(수삼을 말린 것)을 먹든 다 끓여서 먹기 때문에 홍삼만 특별히 부작용이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서울 제중한의원 이상택 원장은 “잠을 깊이 못 잔다든지, 열이 올라오는 것 같은 상열감이 생긴다든지, 가슴 두근거림을 느낀다든지 등 홍삼의 부작용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삼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 정도 증상을 부작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맞서고 있다.
건국대 생명과학부 김시관 교수는 “홍삼의 부작용이라기보다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려인삼학회 회장인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도 “복숭아 밭에만 가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지 않으냐”며 “인삼이나 홍삼도 경우에 따라서는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삼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2010년 홍삼의 유효 성분인 Rg3가 심혈관수축세포를 파괴시켜 심혈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서울대 약대의 논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참실련 이진욱 회장은 “홍삼에서만 발견되는 Rg3가 심혈관계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힌 논문”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박정일 서울대 교수는 “그 실험은 Rg3를 직접 혈관에 주입시켜 한 것으로, 그 정도 양의 Rg3가 혈관에 도달하려면 우리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홍삼을 먹어야 한다”며 “도라지에서 추출해 그런 식으로 실험을 하면 그보다 더 강한 독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인삼연합회 금시 상임이사는 “홍삼이 보약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한 데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한의사들이 홍삼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6년근? 4년근?
홍삼에 대한 논란은 홍삼의 연근에 따른 효능 차이에서도 불거졌다. 현재 시장에선 6년근 홍삼이 최상급 대접을 받고 있다. 가격도 4년근에 비해 30∼40% 정도 비싸다. 하지만 유효성분인 사포닌 함량은 4년근과 6년근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북 진안 홍삼연구소 김규열 선임연구원은 “3년 전부터 연근별 사포닌 함량 차이를 조사하고 있는데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6년근 홍삼만 사용하고 있는 홍삼업체 ‘한삼인’의 조경원 개발팀장은 “인삼의 항암 효과나 면역력 증강 효과 등은 사포닌 성분이 아닌 비사포닌 성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며 “비사포닌 성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6년근에 많다”고 말했다.
또 6년근만 우수하다는 인식이 세계 홍삼시장에서 우리나라 홍삼의 입지를 좁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박종대 교수는 “홍콩 인삼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의 90% 이상이 미국산”이라며 “6년근 위주의 우리나라 인삼은 가격이 비싸 해외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6년근 인삼이 비싼 이유는 재배가 힘들기 때문이다. 건국대 생명과학부 김시관 교수는 “인삼의 묘삼을 심으면 매년 10%씩 감모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4년근에 비해 인건비·생산비를 2년 더 투자해야 하는 데다 생산량도 20% 정도 감소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는 토지는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6년근 재배가 어려워 강원 산간 지역 중심으로 6년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한양대 박종대 교수는 “4년근을 위주로 회전률이 높아져야 인삼 농가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6년근을 사용하는 업체에서는 6년근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4년근을 사용하는 업체와 인삼 재배 농가에서는 연수와 효능은 상관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소비자들로선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미각스캔들’ 이영문 PD는 “홍삼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 자기 입장에 맞는 연구 결과와 해석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며 “식의약청 등 정부기관에서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