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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환자복을 입은 다섯살 소은이(가명)는 여느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병실을 돌아다녔다. 헐렁한 환자복 너머로 보이는 소은이의 등과 어깨, 팔다리에는 전날 보낸 ‘공포의 한 시간’이 붉은 멍으로 남아 있었다.
소은이는 전날 다니고 있는 서울의 한 청소년수련관 유아스포츠단 교사 권아무개(29)씨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권씨는 싫다는 소은이를 교실에서 끌어내려다가 소은이가 넘어지자 어깨에 둘러메고 옆 교실로 데려가 혼을 냈다.
또 체육관으로 끌고 가 소은이를 매트에 던지는가 하면, 체육 수업을 기다리던 아이들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30회를 시키기도 했다. 낮 12시30분부터 한 시간가량 일어난 이 ‘훈육’ 장면은 폐회로티브이(CCTV·사진)에 고스란히 남았다.
훈육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권씨는 소은이를 체육관 비품 창고 안으로 데려갔다. 비품 창고에는 폐회로티브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은이와 스포츠단 쪽의 말을 들어보면, 권씨는 이곳에서 철제로 만든 농구공 보관함에 아이를 넣고 흔들어댔다고 한다. 소은이가 여섯살 친구의 손에 이끌려 교실로 돌아온 건 오후 1시30분께였다.
소은이가 혼쭐이 나고 있는 현장에 있던 교사들 가운데 권씨의 행동을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폐회로티브이 화면에는 소은이가 갇혀 있는 창고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자리를 피하는 한 교사의 모습이 잡혀 있었다.
훈육이 끝난 뒤 수영 수업에 참가한 소은이의 상체엔 멍자국이 선명했지만, 오후 4시 소은이의 어머니 임아무개(40)씨가 아이를 데리러 오기 전까지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은이의 아버지 박아무개(42)씨는 “어떻게 그 많은 선생님 가운데 아이의 편이 하나가 없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훈육을 이유로 소은이를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권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권씨도 전날 경찰 조사에서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소년수련관 장아무개(46) 관장은 “학대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 우리 스포츠단에서 일어났다. 해당 교사는 정직해놓은 상태이고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물론 자체적으로 철저하게 사건을 조사하는 한편, 모든 부모님들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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