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물질 지정 논란에 햄과 소시지 등 육가공육 제품 판매량이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감했다. 소비자들의 육가공품 외면에 CJ와 롯데, 대상 등 식품업체들은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28일 대형마트 업체들은 “27일 육가공 제품 매출이 10~20% 급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26일(현지시각)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하루 만에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날 이마트의 육가공 제품 매출은 지난주 화요일인 20일과 비교해 16.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가공육 제품 매출은 줄어들었다. 전날 롯데마트의 가공육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9% 감소했다. 소시지 매출이 18.4% 줄었고 햄도 1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에서도 가공육 제품 매출이 작년보다 약 15% 줄었다. 전주 화요일에 비해서도 12%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한국육가공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중 하루 만에 최대 30% 가까이 매출이 빠진 곳도 적지 않다”며 “여론이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가공육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앞으로 소시지나 햄을 먹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직장인 최모씨는 “WHO 발표를 보고 집에서 더 이상 햄·소시지를 먹지 않기로 했다”며 “아이들에게 김밥을 먹을 때도 햄이나 소시지는 빼고 먹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내 육가공제품 매출은 한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규모다. CJ와 롯데, 대상, 목우촌, 사조, 진주햄 등이 대표적인 육가공 업체다. 그중에서도 CJ제일제당의 ‘스팸’ 매출이 가장 금액이 많다. CJ제일제당의 관계자는 “전날 매출 집계가 다음날 오후쯤 끝나는데 어제도 매출이 많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일 50ｇ의 가공육을 1년간 먹으면 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연구소는 소와 돼지, 양, 염소 등 붉은 고기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육가공협회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단백질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석면이나 비소와 같은 등급의 위험 물질로 거론한 것은 유감”이라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육가공품 소비량은 4.4㎏에 불과해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식품업체 대표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의 육가공품 소비량을 두고 업계 논란이 확산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육 및 육류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WHO 권고는 물론 우리 국민들의 식습관, 전문가 검토 등을 종합해 가공육 및 육류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여서 섭취허용량이 어느 정도일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