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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유치원 버스 너무 뜨거워"… 아이는 사고를 예감했나
상세 내용 작성일 : 17-05-12 15:32 조회수 : 522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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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다는 걸 억지로 보냈더니…" 참변 유치원생 부모들 통곡]


- 운전 미숙? 차량 문제?
DNA 검사하고 나서야 신원확인
유족 "장례보다 진상규명부터"


"어제 아침에 아이가 마른기침을 하고 구토 증상을 보이며 '유치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는데도 억지로 보냈는데…."

10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 창웨이(長威) 호텔 3층엔 전날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화재 사고 대책본부가 차려졌다. 이곳에서 만난 고(故) 김가은(4)양의 아버지 김미석(40)씨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소리 내 울지도 못하겠다"며 흐느꼈다. 김씨는 13년 전 태권도 사범으로 중국으로 건너와 웨이하이에 정착했고, 중국인 아내와 창웨이 호텔 예식장에서 결혼했다. 그는 "결혼식을 했던 장소에서 딸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딸이 좋아하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혀 유치원 버스에 태웠다. "시신을 확인하는데 분홍색 옷감이 허벅지 언저리에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왜 그리 빨리 가야 하는 건지…." 김씨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이날 사후 대책을 논의하러 모인 유족 중 누구도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통곡했다. 고 이상율(3)군의 아버지 이정규(37)씨는 휴대전화에 있는 아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한 번만 더 안아봤으면, 집에 돌아와 '아빠'라고 한 번만 더 불러줬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그의 휴대전화엔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사고 하루 전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행사로 꽃 모양의 붉은색 옷을 입고 재롱 잔치를 하는 모습까지 수백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사고 당일 여느 때처럼 아들을 끌어안고 입맞춤한 뒤 출근했다. "아들이 '유치원 차가 너무 뜨거워'라고 말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흐르는 눈물을 계속 훔치던 이씨의 아내는 "너무 한스러워 한숨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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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나연(6)양의 아버지 박성현(40)씨는 "사고 당일 아침에 일찍 출근하느라 딸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세 살 난 딸은 언니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면서 자꾸 언니를 찾아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이 다닌 중세한국국제학교 이용규(71)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남은 인생을 죄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사고 차량이 얼마나 오래된 차량인지, 비상 망치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자 유족들은 "차량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 측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사고 다음날 새벽 12시 30분쯤 사고 현장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화장터에서 자녀의 시신을 확인했다. 시신은 화재로 심하게 훼손돼DNA 검사를 거치고 나서야 신원 확인을 끝낼 수 있었다. 웨이하이시 당국은 중증 화상 치료 전문가와 법의학자 등 전문가를 동원해 정확한 사망 원인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 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우리에겐 말도 안 해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유족들은 아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곳을 몰라 직접 인근 병원 2~3곳을 돌면서 장례식장을 뒤져야 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았다. 조화(弔花) 바구니를 들고 차에서 내린 부모들은 검게 그을린 터널 벽과 바닥을 보자마자 주저앉고 오열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은 한 부모는 챙겨온 아이의 옷을 껴안고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유가족 대표단은 "사고 원인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달라"며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아이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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