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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선생님 말은 듣지도 않고… 책상 아래 휴대폰만 '만지작
상세 내용 작성일 : 17-03-29 09:50 조회수 : 353 추천수 : 0

본문

스마트폰에 빠진 학생들


"25명 중 20명이 휴대폰 보유… 여학생은 메이크업 동영상, 남학생은 게임에 주로 빠져"
밤새 단체 채팅방서 대화하느라 수업시간엔 조는 학생도 많아
"스마트폰 제한은 자율권 침해" 인권위 권고 후 상황 더 심해져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모(45)씨는 요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깨우느라 종일 씨름하고 있다. 학생 서너 명이 매일같이 꾸벅꾸벅 졸다가 이내 책상에 엎드려 늘어지게 자는 바람에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알고 봤더니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매일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고 있었다. 김모(11)양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심심하고 불안하다"며 "친구들이랑 새벽 1~2시까지 카톡으로 수다를 떠는데 혼자 답장 안 하면 '카따(카카오톡 왕따)'가 된다"고 했다. 카따는 단체 카톡방에서 욕설, 험담 등을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보내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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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요즘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스마트폰에 빠지는 바람에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자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스마트폰에 빠진 학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업시간에 교사 몰래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것은 예사이고, 스마트폰 보느라 밤에 잠을 못 자서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초등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4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스마트폰이 없으면 심각한 금단 증상을 보이는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3만8385명(9.5%)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생 스마트폰 위험군은 2014년 1만3183명에서 지난해 2만822명으로 2년 새 거의 5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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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 김모(43)씨는 지난주 수업을 하던 도중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또 메이크업 방송 보면서 립스틱 바르고 있지? 책상 밑에 폰 숨겨도 선생님은 다 안다." 이모(14)양이 책상 아래에 스마트폰을 숨겨두고 유튜브에 올라온 메이크업 동영상을 보며 화장을 했던 것이다. 김씨는 "반 학생 25명 중 20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항상 서너 명은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선생님 말에는 도무지 집중을 하지 않는다"며 "주로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들은 화장품 방송 등에 빠져 있다"고 했다. 유튜브 등에서 '초등학생 화장'을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이 10만건 넘게 나온다.


몇 년 전까지 각급 학교들은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했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매일 오전 학생들로부터 스마트폰을 거둬 수업이 끝나는 오후 4~5시쯤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작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각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 제한 조처를 완화할 것을 권고한 뒤로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더 심해졌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자율권 침해"라고 밝혔다. 이 권고 이후 인천·경기 등 일부 지역 학교는 등교할 때 스마트폰을 회수하는 것을 중단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김모(50) 교사는 "스마트폰 회수를 중단한 뒤 수업 중에 몰래 동영상을 보거나 카톡을 주고받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학부모 상담을 해도 '아이가 자는 척하면서 몰래 스마트폰을 쓰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해서 교사들도 난감하다"고 했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매년 10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하는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도 '하나마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모(12)군은 "외부 강사가 '스마트폰 많이 하면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본인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느끼면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상의하라'는 뻔한 얘기만 늘어놓아서 한 시간 내내 졸았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의 고등학교 김모(60) 교사는 "예방 교육이 주로 동영상이나 글 같은 자료로 시간 때우기 식이라 효과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슬비 기자 sblee@chosun.com]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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