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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독] 극단선택 A수사관, 윤석열에 따로 유서 "우리 가족 배려해달라"
이동현 입력 2019.12.02. 13:56 수정 2019.12.02. 14:15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A 검찰수사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자신의 가족을 배려해 줄 것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검찰발로 A 수사관이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취지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별건수사 등으로 A씨를 전방위로 압박해 온 정황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낳은 비극”이라며 성토하는 기류다.
2일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백원우 민정비서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A 수사관은 전날 서울 서초동 한 건물에서 비극적 선택을 하기 전 A4 9장 가량의 유서를 남겼다. 자필 메모 형식의 유서는 부인, 자녀들, 형제, 친구 등 수신인을 각기 달리해 작성됐다. 먼저 가는 미안함과 남은 이들에 대한 당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수사관은 특히 윤 총장 앞으로 별도의 유서를 남겼다. 여기에 “윤석열 총장께 면목이 없지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여권 한 관계자는 “A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는 누구보다 검찰이 잘 알지 않겠냐”며 “개인적 비극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초 A 수사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백 전 비서관 등을 상대로 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 수사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에도 A 수사관을 울산지검으로 불러 백 전 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전달 및 수사 개입 등 각종 의혹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 수사 상황을 백 전 비서관이 A 수사관이 속한 특감반을 통해 직접 파악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었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지나친 압박을 가해 A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A 수사관의 개인적 사안까지 꺼내 들며 압박한 정황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골프접대 문제 등이 다시 들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한 관계자는 “A 수사관이 주변에 검찰 수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안다”며 “A 수사관 개인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mailto:nani@hankookilbo.com)
http://news.v.daum.net/v/2019120213564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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