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설 보안업체와 계약을 한 곳에 도둑이 들면 이렇게 센서가 작동해서 비상벨이 울리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문 앞에 달린 등이 계속 번쩍이면서 도둑에게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고 또 보안 요원들은 이 등을 통해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가 있죠.

그런데 국내 1위 보안업체가 언제부터인가 가입자 모르게 이 경광등을 그냥 모형으로만 달아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조기호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보안업체 에스원과 경비 계약을 맺고 있는 인천의 한 가게입니다.
이 가게 주인은 지난달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비상등을 옮기려다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게 주인 : 유리 작업하시는 분이 '(비상등을) 만약 떼면 (비상벨이) 울릴 수 있다' 그랬는데 그냥 떼어지더라고요. 전선 연결이 전혀 안 돼 있었어요.]

외부인의 침입할 때처럼 잠긴 출입문을 억지로 열었더니 센서가 작동해 경고음은 울리지만 비상등은 켜지지 않습니다.
전기를 연결하지 않은 채 양면테이프로 문 위에 붙여 놓은 겁니다.

[에스원 직원 : ((비상등) 불빛이 반짝거리지 않던데요?) 보여주기식으로 한 거라서… (이게 모형이라는 걸 저희한테 말해주셨어요?) 그 부분 말씀 못 드린 게 저희 잘못인데…]

에스원과 계약한 서울의 한 제과점도 비상등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제과점 주인 : 최근에는 그런 일이 많이 없으니까 어련히 작동이 잘 되겠지 생각을 했지, 불이 안 켜지는 줄은 눈여겨보지 않아서…약간 뒤통수 맞은 느낌이네요.]

에스원이 이렇게 비상등에 전선을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에스원 측은 "과거엔 직원들이 출동할 장소를 쉽게 찾도록 하기 위해 비상등을 달았지만 요즘은 GPS 같은 시스템이 갖춰져 비상등이 작동하지 않아도 보안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그래서 홍보용으로 작동하지 않는 비상등을 달아놓은 곳도 상당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설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선을 깔게 되면 공사비가 더 들어가요.) 설치할 때 천장에 배선을 다 깔고 벽을 뚫어서 선을 다 깔아야 되거든요. 공사비가 차이가 나요.]

보안전문가들은 비상등이 작동되면 침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어 범행을 막거나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 심리학과 교수 : 침입자, 불법적인 침입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해서 도주하거나 애당초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

가입자 6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원은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가짜 비상등을 설치한 데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나 가짜 비상등이 달려 있는 지는 정확한 현황파악이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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