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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9시 프랑스 파리 11지구의 유서 깊은 공연장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이 시작됐다.
1천500석의 객석에는 20∼30대 젊은 관객부터 10대 자녀와 함께 온 50대 관객까지 잔뜩 흥이 난 록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밴드의 공연이 45∼50분쯤 이어졌을 때 어디선가 "탕! 탕! 탕!" 하는 여러 발의 선명한 총성이 들려왔다.
객석 어디선가 "폭죽이다"하는 웃음 섞인 외침이 나온 것과 거의 동시에 여러 관객들이 자동소총은 든 괴한 3명의 모습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 평화로운 록공연장이 89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유혈 현장으로 뒤바뀐 순간이었다.
이날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현장 상황에 따르면 이날 9시 40분 무렵 검은 폴크스바겐 폴로 자동차에서 내린 3명의 괴한이 바타클랑으로 난입했다.
시끄러운 음악 탓에 관객들은 이들이 들어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하다 이들이 허공과 객석을 향해 여러 차례 총을 난사한 후에야 사태를 파악했다.
생존자인 실뱅 라바양(42)은 AFP통신에 "총성을 듣고 돌아보니 자동소총을 든 2명의 남자가 있었다. 평범한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허공에 총을 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 테러범 중 한 명은 아랍어로 "신(알라)은 위대하다, 시리아를 위해"라고 외쳤으며, "너희들이 시리아에서 우리 형제들을 죽였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혼비백산해 달아다나려는 사람들에게 괴한들은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휴대전화가 울리거나 움직임이 포착된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목격자들은 거의 15초 간격으로 한 발씩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겁이 질린 관객들은 금세 피바다가 된 객석 바닥에 몸을 엎드리거나 스피커 뒤에 몸을 숨긴 채 탈출 기회를 기다렸다.
관객 셀리아 카즈노브는 가디언에 "그들은 전문적이었다. 끊임 없이 총을 재장전하며 사격을 이어갔다"며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람은 모두 즉시 죽임을 당했다. 테러범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셀리아와 함께 온 뱅자맹 카즈노브는 인질로 잡혀있을 무렵 페이스북에 "난 아직 바타클랑에 있다. 안에 생존자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를 죽이고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곧 1층이다!"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앙토니라는 이름의 생존자는 복면을 하지 않은 채 수염을 기른 테러범이 "질서정연하게" 총을 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관객에게 종교와 국적을 물어보고 살해 대상으로 골랐다는 증언도 나왔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프리츠 괴팅거(23)는 "괴한이 들이닥쳤을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며 "공연장에 돌아왔을 때 괴한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신을 믿는지, 프랑스 사람인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괴팅거가 신을 믿으며, 칠레인이라고 대답하자 테러범을 그를 살려줬다.
일부 관객들은 창문 등을 통해 필사적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프레데리크 노와크는 일간 텔레그래프에 "테러범이 총기를 난사한 순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 오른쪽 문으로 달아났다. 계단을 따라 지붕으로 올라갔더니 옆 건물 아파트에서 한 남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락방 창문으로 우리를 들여보내줬다"고 탈출 순간을 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공개한 당시 바타클랑 극장 외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창문 밖에 위태롭게 매달리거나 총에 맞아 다리를 절며 필사적으로 달아다는 모습이 담겼다. 몇몇은 총에 맞에 입구쪽 도로에 그대로 쓰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일찍 현장을 벗어난 목격자들은 이 같은 총격이 10∼15분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연장에 갇혀 있던 관객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한 것은 2시간 30여 분이 지난 이튿날 0시 20분 경찰이 들이닥치고 괴한이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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