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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고 깨끗한 3층짜리 공간. 직선으로 빈틈없이 배열된 좌석에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앉아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로 심각한 표정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비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자국 여객기 추락이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확인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처음 향한 곳은 러시아의 '워룸'(전쟁 상황실)인 국가통제국방센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이곳에서 직접 러시아군의 시리아 공습을 지휘하는 모습이 마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튀어나온 한 장면 같았다며 러시아군의 '워룸'을 상세히 소개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핵전쟁이 터질 위기 상황을 그린 영화로, 이 신문은 "여러분, 여기서 싸우시면 안됩니다. 여기는 워룸이에요"라는 영화 속 대사를 그대로 옮겨 러시아의 전쟁상황실을 묘사했다
이 센터에서는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장거리 전략 폭격기가 시리아를 향해 출격하는 모습이 극장 스크린 크기의 화면을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현황 보고를 받으면서 "프랑스와 긴밀히 연락하고 동맹처럼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로리 챌런스 알자지라 모스크바 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브리핑 장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아주 제임스 본드(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같은 새 지휘본부에서 시리아 공습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 푸틴"이라는 글을 올렸다.
WP는 이번 브리핑의 '진짜 스타'는 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적 핵 배치와 같은 전 세계에서의 군사작전을 지휘할 러시아의 새로운 국방 중추로 설계된 이 건물 자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건물은 러시아가 수천억 달러를 들여 10년 넘도록 대대적으로 시행 중인 군 현대화 작업의 하나로 작년 준공됐다.
미국 국방부가 쓰는 군지휘본부와 비슷하지만, 한 러시아 관영 통신은 "러시아 국방 자료 본부는 미국 시설을 3배 앞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2마일(약 3.2㎞)가량 떨어진 모스크바강 서안의 프룬제 나베레즈나야에 있으며 지하 터널의 최상부에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헬기 이착륙장을 갖췄고 전시에는 최고 통신본부 역할도 맡는 이곳을 한 러시아 사령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지휘본부'에 빗대기도 했다.
특히 지난 8월 러시아가 개최한 국제군사대회 기간에 이미 보여줬듯이 러시아군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군 인사들이 색깔별로 배열된 좌석에 앉은 모습이 러시아군 브랜드가 새겨진 물병과 함께 잡혔으며 러시아 TV 방송은 이런 모습을 최소 4개의 다른 각도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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