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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민 여러분, 재손함니다(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난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어눌한 한국어를 들은 한국 국민들은 적잖이 놀랐다. 당연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았던 신 전 부회장의 입에서 생소한 일본어투의 한국어가 들렸기 때문이다.
지난 7월30일 일본어로 진행한 KBS와의 인터뷰 이후 "한국 기업, 한국 사람이 맞냐"는 비난 여론이 일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월2일 KBS 그리고 SBS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일이 바빠서 잊었다"며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여론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3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비해서는 한국어가 훨씬 유창했지만 다소 긴 한국어를 하자 그의 목소리에서는 일본어투가 잔뜩 묻은 말이 튀어나왔다. '총괄회장'을 '총가루회장님', '2월말'을 '2워루말'이라고 발언하는 등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이처럼 세 부자에게 '일본색'이 진한 것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어머니는 일본인 시게미츠 하츠코다. 아들인 동주, 동빈 형제는 일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졸업했고,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역시 같이 졸업했다.
사회생활 역시 일본과 떼어놓을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은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고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직책을 맡아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에서 주로 일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자신이 문서결제를 할 때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고 쓴다.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신동빈 회장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일본 이름으로 부른다. 신격호 회장이 첫째 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과 나눈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부자는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했고, 신격호 회장 역시 신동빈 회장을 '아키오'로 불렀다. 두 형제의 인생 60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보낸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친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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