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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향의 소설가 김하기 씨가 부산 동래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나선 것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어 북한의 인권신장과 민주화 등에 기여하고 싶어 한 일"이라고 28일 밝혔다.
최근 김 씨의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진보성향의 동료문인과 독자들의 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거웠다. 김하기 씨는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민중문학 계열 소설가로 장기수들을 다룬 단편소설 ‘살아있는 무덤’과 작품집 '완전한 만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광주의 참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부산에서 뿌리다가 붙잡혀 고문을 받았고, 군복무 중 부림사건 관련해 검거·투옥되고 출소 후 소설가로 등단한 특이한 이력의 작가다.
이처럼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면모는 그 후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입국했다가 한달 후 돌아오면서 절정에 올랐다. 이런 이력을 가졌기에 그의 새누리당 행은 진보 계열 문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 씨의 새누리당 등록 소식이 지난주 알려진 후 김명인 문학평론가, 신승철 출판기획자 및 시인, 김용락 시인 등 다수의 진보 계열 문인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변화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
김하기 씨는 이날 뉴스1에 “국회의원이 되어 수년째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 등을 통과시키는 데 노력하는 등 북한 민주화와 통일강국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고문당했으면서 공안 검사 등이 당의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갈등이 없는가 묻자 “고문당했을 때는 그 시대의 상황이 있었다. 물론 고문을 자행한 이들은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종북좌파’의 생각이나 과격한 시위 등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남들은 나를 변절자로 볼 지도 모르겠지만 좌우와 중도 모두를 포괄하는 것을 나의 이상으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김하기 씨는 25일자 한 지방지에 칼럼 ‘존경하는 평론가 김명인에게’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이 글에서는 특히 도강 후 목격한 북한의 참상을 자신의 변화의 이유로 들면서도 '사람에 관해 쓰는 문학인 소설을 배반한 적은 없다'고도 적었다.
김 씨는 칼럼에서 “김하기가 왜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는지 변명의 글을 쓰려니 가슴 아프다”라면서 “두만강을 건너서 내가 두 눈으로 본 북한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었다. 경제도, 인권도, 자유도 없는 오직 일인세습 독재공화국, 동토의 나라였다.(…)이런 권력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들이 가장 싫어 하는 것”이라면서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인 배경임을 밝혔다.
이어 “두만강 도강 이후 북한에 환멸을 느껴 사상적으로 난 뉴라이트 계열인 김문수 전 지사, 김진홍 목사를 사숙했다”면서 “그때 그 사건은 나에게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이고 통합된 시각을 만들어 준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하기 씨는 “큰 강을 건넌 뒤 사상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인정하겠으나 소설을 배반한 적은 없다. 소설은 사상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맺었다.
이 칼럼에 대해서도 이산하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의 극단적인 행보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궁색하고 빈약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무 시인 역시 “북한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은 가보지 않아도 다 아는 일”이라면서 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는 지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김명인 평론가는 "칼럼의 핵심은 '북한을 다녀와서 충격받았다'인데 황석영 작가의 경우 북한을 다녀와 그 참상을 보았지만 그렇다고 남한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버린 적이 없다. 남한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통일이고 뭐고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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