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대한민국 1호 외국인 주택단지로 추진하는 송도 아메리칸타운 개발이 당초 그림과는 달리 헛바퀴를 돌릴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분양에는 일부 미국 영주권자에게만 특혜가 제공되고 오피스텔·상가는 개발이 더뎌 새해에 타당성 연구를 거쳐 개발 방향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도 아메리칸타운 아이파크 청약자는 계약 후 입주 전까지는 외국인끼리만 매매가 허용되고, 2018년 10월 입주일 이후로는 내국인에게도 매매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도 아메리칸타운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입주 전까지는 외국 국적자끼리만 매매가 가능하지만 입주 이후에는 내국인에게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에서 당초 조성하려던 외국인 주택단지와는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상주 가능성이 낮은 청약자들을 위해 월세 임대 등 관리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영구 귀국을 확정하지 못한 일부 미국 영주권자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개인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입주 후 매매를 제한할 수는 없다"며 "송도국제도시를 조성할 때 교포들 귀화와 집단 거주 의지를 수렴해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재산권 침해 논란 때문에 입주 후 내국인에게 분양권을 파는 것까지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분양 관계자도 "인근 입지에 비해 ㎡당 분양가가 12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분양했다면 일찌감치 마감했을 것"이라며 "미국 영주권자 확인 절차 등 서류를 접수해 분양 계약을 맺고 있지만 악의를 가지고 명의를 빌려주는 사례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송도 아메리칸타운이 자칫 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창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155(M2-2BL) 국제화복합단지에 짓고 있는 송도 아메리칸타운은 아파트 830가구, 오피스텔 125실 규모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국제화복합단지 완성도를 높이고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 외국인 주택단지로 추진된 곳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가 교체되고 기존 계약자가 계약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착공식을 하고 아파트만 분양에 들어갔다.

송도 아메리칸타운과 연계해 건립을 추진 중인 오피스텔과 상가 호텔 개발 사업은 시장성이 없어 개발이 더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바뀐 상황에 따라 개발 계획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상반기에야 사업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 영주권자는 "한국에 귀화하려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강남 아파트 등을 분양받으면 되는데 개발 계획조차 불투명한 송도에서 분양받을 필요를 못 느낀다"며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외국인 거주 단지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