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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일본군 위안소, 지옥 그 이상이 아닌가"????
상세 내용 작성일 : 16-01-13 16:00 조회수 : 519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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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의 중심에는 요괴문화가 있다. 2014년 만화 <요괴워치>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도 숲 속 정령과 요괴들의 이야기이며, <포켓몬스터>나 <도라에몽> 역시 환상 동물과 요괴 이야기가 그 원형이다.

근대 들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요괴를 부활시킨 것은 일본의 1세대 만화가이자 요괴 연구가인 미즈키 시게루다. 일본의 국민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한 요괴 이미지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요괴문화의 원형이다.

만화 '게게게의 키타로'

요괴, 부조리 풍자한 분신

일본 요괴 만화의 아버지, <게게게의 기타로>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가 2015년 11월30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 미즈키 프로덕션에 따르면 그는 11월11일 자택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 수술 뒤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의 작가 미즈키 시게루, 93세로 별세 (허핑턴포스트)

미즈키는 상업적 성공과 재능, 현대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의 특수성 면에서 <아톰>의 작가 데즈카 오사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 만화계 최고 원로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작은 <게게게의 기타로>다. 무덤에서 태어난 소년 기타로가 요괴 친구들과 함께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요괴들을 물리치는 모험을 다룬 이야기로, 1968년 TV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2000년대까지 수많은 TV 시리즈와 실사 및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주되며 방대한 세계를 형성했다.

그에게 요괴는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해학적으로 담아내는 분신 같은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즈키의 부고를 전하며 “(그는) 신화적인 요괴를 인간화하고, 인간성의 괴물적인 측면을 해부하는 재능이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성공한 대중 만화가인 동시에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는 사회비판가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폭격으로 왼팔을 잃은 그는 전쟁의 야만성, 아돌프 히틀러의 전기, 위안부 문제 등 진지한 주제를 다루기도 했다. <재팬타임스>의 필자 가오리 쇼지는 일본 사회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미즈키가 거울을 들이댔다고 지적한다.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는 현대 일본에 대한 비판에 귀여움을 가미했다. 그러나 미즈키 시게루는 그것이 역겹고 추한 것이기를 바랐다. 그의 요괴와 일본에 대한 묘사는 어두웠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화적으로 보면, 그는 일본의 요괴를 그만의 스타일로 형상화하고 민담 속 요괴를 현대적 문화로 재탄생시켜 일본과 전세계에 알린, 요괴문화계의 아이콘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요괴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요괴 도감과 만화를 그렸으며, 그림이 존재하지 않는 요괴는 직접 형상을 창조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의 일본인들이 알고 있는 요괴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 요괴에 관심을 가져 1995년 ‘세계요괴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본명은 무라 시게루. 1922년 3월8일 일본 오사카시에서 태어나 돗토리현에서 자랐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시에는 요괴 캐릭터 동상들이 세워진 ‘미즈키 시게루 로드’와 기념관이 있다. 매년 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관광 명소다. ‘미즈키’라는 필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귀향 뒤 초기 작업을 할 때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어릴 때 집안일을 도와주러 오던 ‘농농할멈’이라고 불리던 이가 요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그는 농농할멈이 자신에게 ‘다른 세계’를 가르쳐주었다며 “이 몸집이 작은 할머니가 내 인생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나중에 <농농할멈과 나>라는 단편집으로 출간됐다.

21살이던 1943년 태평양전쟁에 징집돼 파푸아뉴기니령 뉴브리튼섬의 라바울 전선에 배치됐다. 뉴브리튼섬에서의 가혹한 전쟁 체험은 그의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번은 미군의 기관총 공격을 받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적이 있었다. 정글을 헤매다가 누더기가 된 채 부대로 복귀했는데, 이때 지휘관이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그에게 전우들과 함께 죽지 않은 불명예를 저질렀다며 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후일 그는 상관의 이런 태도가 놀랍고 역겨웠다고 말했다. 이후 말라리아에 걸려 병원에 있던 중 미군의 폭격으로 왼팔을 잃고 생사를 헤매게 된다. 당시 그의 여단은 자살특공대 임무에 참여했는데, 부상과 말라리아 덕분에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1945년 그는 일본으로 송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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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소, 지옥 그 이상이 아닌가" 참혹한 전쟁을 만화로 그려낸 '일본 요괴 만화의 아버지' 미즈키 시게루

전쟁만화를 많이 그린 이유

귀국 뒤 1948년 무사시노 미술학교에 진학했지만 중퇴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그림연극을 그리게 되었다. 그림연극이란 1930~50년대 TV도 없던 시절, 주로 길거리 행상인이 손님을 끌기 위해 보드에 그림을 그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형태의 오락이었다. 1950년대 말까지 유행하다가 TV의 보급과 당시 급증하던 대본소(대여점) 만화에 밀려 쇠퇴했다. 미즈키는 35살 때 대본소 만화가로 전향, 1958년 <로켓맨>으로 데뷔했다.

가난한 만화가였던 그는 1962년 결혼했고, 후일 자신의 결혼생활을 다룬 자서전 <게게게의 아내>를 썼다. 이 작품은 2010년 동명의 연속극으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방대한 기타로 월드는 그림연극 <묘지의 기타로>에서 비롯한다. 그는 그림연극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1960년부터 각종 만화잡지에 <묘지의 기타로> 연재를 시작했다. 1968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어두운 느낌의 ‘묘지’를 빼고 좀더 부드러운 느낌의 ‘게게게의 기타로’로 제목을 바꾸었다(‘게게게’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표현한 일종의 의성어인데, 시게루의 성을 어릴 때 ‘게게게’로 불렀던 이들 때문에 그렇게 붙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기타로 시리즈가 인기를 얻으며 점점 이름이 알려졌고, 1965년 45살 때 <테레비군>이 제4회 고단샤 아동만화상을 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즈음, 배경은 사진처럼 정교하고 그 위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순한 만화적 선만으로 그려내는 그의 독특한 작풍이 완성됐다. 이후 <갓파 산페이> <악마군> 등의 작품으로 요괴 붐을 일으키며 인기 작가가 되었다.

미즈키는 참혹한 전쟁 경험을 만화 안으로 끌어들인 첫 일본 예술가들 중 하나다. 그는 극단적 폭력과 고통, 현대 일본의 부조리를 만화로 묘사하면서 만화 장르의 경계를 아이들의 전유물을 넘어 성인에게로 넓혔다.

1970년대 들어 그는 전쟁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 작품을 다수 그렸다. 1973년작 <전원 옥쇄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남태평양의 한 일본 보병부대의 절망적인 마지막 몇 주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쟁문학의 진수로 평가받으며 2008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유산상을 받았고, 2012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인 아이스너상을 받았다. 1971년에는 히틀러 전기 만화 <극화 히틀러>를 발표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언하듯, 원전 시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실한 안전 실태를 폭로하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어둠>(1979)이란 제목의 논픽션물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수십 년간 절판된 이 책은 사고가 난 해에 재출간됐다.

1999년작 에세이 만화 <카랑카랑 방랑기>에 실린 8장짜리 에피소드 ‘종군위안부’는 수년 전 한국에도 널리 회자됐다. 이 만화에서 그는 참전 중 위안소가 있는 선착장에 들른 경험을 이야기하며 “도저히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부터 80명이나 되는 병사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여긴 그야말로 ‘지옥’의 장소였다. 병사들도 지옥에 있었지만 이건 지옥 그 이상이 아닌가”라고 쓰고 있다.

그는 이어 “자주 종군위안부의 배상 문제가 신문에 실리는데, 이 일은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로 모를 일이다. 배상은 해야 한다고 언제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의 눈엣가시

미즈키는 꾸준히 일본 우익의 수정주의 역사관에 반대해왔다. 전쟁 중 일본군이 저지른 잔혹한 일들을 고발한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하나였으며, 일본 우익들에게 언제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는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일본 대중문화의 전쟁 미화와 관련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것들은 한 번도 전쟁을 경험해본 적 없는 이들이 쓴 것이다. 전쟁은 영화와는 다르다. 그런 점이 바로, 내가 <전원 옥쇄하라!> 같은 작품을 그려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전쟁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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