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진보도 더 이상 북한 정권 편은 아니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TV 조선 <정치 옥타곤>이라는 프로에서 "북핵 수수방관 5인방"을 선정했는데, 1위가 노무현, 2위가 김대중, 3위가 문재인, 4위가 안철수, 5위가 이수혁으로 되어 있군요. 노무현과 김대중, 문재인은 그들의 원초적 증오심의 표현이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안철수가 여기에 끼어든 이유는 뭔지 황당합니다. 안철수가 대통령을 했나, 아니면 외교부장관을 했나, 국방부장관을 했나. 이건 그저 안보문제로 정쟁의 판을 벌여보자는 얕은 수작이라는 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더 정신 차려야 할 당사자는 야당입니다. 유화적인 관점에서 그토록 북한을 도와주려고 했고,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 한국 사회에서 항상 진보가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였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야당에 재앙이나 다름없는 군사적 위협을 가해서 보수 세력의 판을 만들어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한국 보수 세력에게 북한은 든든한 동맹군이었습니다. 이런 북한에 대해 남한의 진보가 더 이상 인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진보가 자신들 편이라는 착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동안 진보가 북한에 유화적인 이유는 북한 세습 정권이 좋아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이 우리 동포요, 같은 민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의를 북한 정권은 항상 악용했습니다.
더 황당한 건 이렇게 배신당한 진보를 더 짓밟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의 행태입니다. 진보정부에서 북한이 최초로 핵실험한 건 맞습니다. 2006년 10월에 진행된 1차 핵실험을 억제하지 못한 책임을 진보정부에 묻는다면,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달리 북한의 자금을 동결하고 압박하는 데 대해 북이 핵 실험으로 맞선 것이지요. 이런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보다가 북한의 핵실험을 허용하는 사태를 맞이한 진보정부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래서 다시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으로 2008년에 2.13합의를 이끌어 내 핵 개발을 동결하는데 죽을 고생을 했다는 것으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핵개발 단계입니다.
이걸 수수방관이라고 한다면 더 무능했던 이명박·박근혜에 대해서는 왜 말을 하지 않을까요? 1차 핵실험에 비해 2009년, 2013년 핵실험은 그 폭발력이 6배 증가했고, 1차 핵실험이 핵개발 단계라면 3차, 4차는 핵무장단계입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북한 핵무장이 가속화된다면 다음 정부 어느 시점엔가 북한은 최소 10개, 많게는 70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진보정부에게 핵개발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면 얼마든지 물으십시오. 그런데 보수정부가 북한의 핵무장을 억제하지 못한 건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 [닉네임] : 엄마나취직했어[레벨]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