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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한국군이 학살한 베트남 피해자를 위로하는 동상
상세 내용 작성일 : 16-01-18 16:44 조회수 : 460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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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상징물이 베트남과 국내에 설치된다. 정식 명칭 ‘베트남 피에타’(엄마와 무명아가상, 베트남어 제목은 ‘마지막 자장가’)인 이 조각은 2011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51), 김운성(52) 작가가 구상했다. 베트남 피에타는 평화 교육과 시민 모금을 거쳐 올해 베트남 민간인 학살 지역과 국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알리는 단체인 ‘한-베 평화재단 건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올해 베트남 중부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학살 50주년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며 “이 행사에 맞춰 사과와 위로의 뜻으로 베트남 피에타를 보내려고 각 마을과 베트남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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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퐁니.퐁넛촌 공격 직후 찍은 여성과 아이들의 주검 사진.

지난 12일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공개한 베트남 피에타는 대지의 여신 위에서 학살된 아가를 품는 어머니의 모습을 띠고 있다. 두 작가는 “베트남을 방문해 학살된 수많은 무명의 아가들을 보았고 이들이 가시가 되어 눈을 찔렀다”며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아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한 이들을 기록하고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피에타는 가로세로 70㎝, 높이 150㎝, 무게 150㎏의 브론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무게 450㎏의 화강석이 베트남 피에타를 떠받친다.

김서경, 김운성 작가는 1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정확히 사과를 요구하고 받아내야 한다. 또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정확히 사죄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둘 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경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안해 설립된 ‘나비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해 한국군에 의한 강간 등 여성 성폭력 사례를 함께 조사하기도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한-베 평화재단 건립추진위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기금 등으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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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 넘어 베트남의 엄마와 무명 아가로

기억은 싸운다. 상징을 만들어 싸운다. 상징은 힘이 있다. 어떤 상징은 세계를 움직인다.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를 움직였다. 2011년 12월14일 소녀상이 세워짐으로써 서울 광화문(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은 새로운 힘을 갖는 공간으로 재창조됐다. 운동은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 자석처럼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협상에서 일본 정부가 내내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한 것도 불과 4년 만에 이 작은 상징물이 키워온 힘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서는 우익 성향의 재미 일본인들의 소녀상 철거 소송이 제기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로 번지고 있다. 비슷한 취지의 소녀상, 기림비 등이 다른 작가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의 작업실에서 김서경(51), 김운성(52) 작가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조각을 만든 부부 작가다. 둘은 1984년 중앙대 조소학과에 입학해 소문난 ‘과 커플’이자 ‘예술적 동지’로 살았다. 서울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설치된 ‘전차와 지각생’이 바로 두 작가와 아들의 작품이다.

전차를 쫓아가는 지각생의 명찰에는 아들 ‘김경보’ 이름이 새겨 있다. 이밖에 전북 정읍의 ‘동학농민무명열사탑’,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 추모 조형물 ‘소녀의 꿈’ 등 역사와 사회를 응시하는 작품을 꾸준히 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금까지 6종을 제작했고, 작품은 국내 27곳, 국외 3곳에 설치됐다.

이날 김서경, 김운성 작가는 또 하나의 작품을 들고나왔다. 대지의 여신 위에서 아가를 안고 있는 엄마.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고 무명의 아이들을 위로하는 ‘베트남 피에타’(베트남 엄마와 무명아가상)였다. 우선 최근 이슈가 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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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도 고양시의 작업실에서 김운성(왼쪽), 김서경(오른쪽) 작가가 그동안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6종과 함께 앉았다. 뒷열 맨 왼쪽 경남 남해의 소녀상은 조개를 캐다가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된 박숙이 할머니를 형상화했다. 그 옆 경남 거제에 설치된 소녀상은 의자에서 떨쳐 일어나 손 위에 새를 품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를 맨 처음 폭로한 김학순 할머니상이 가운데 앉아 있고, 오른쪽 위로 고등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그 아래 2011년 수요시위 1000회째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서울 이화여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차례로 서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조각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한국 소녀상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이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김서경·김운성 (한숨)

김서경 “피해자가 배제된 합의는 합의가 아니죠. 지금에야 할머니들을 설득하는 건 추한 모습입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간 거 자체가 황당했어요.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고통과 상처를 들추면서 20년 이상 지속해온 수요시위와 그 이야기를 상징하는 거거든요. 또 국민 모금으로 3700만원을 모아 만들었어요. 저희의 손을 빌렸지만 저희 것이 아니에요.”

-상황에 따라 정부의 철거 요청이 올 거라고 생각하나요?

김운성 “2011년 작업 중에도 일본의 중단 요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바꾸기도 했지요.”

김서경 “원래 소녀는 손을 모으고 있었어요. 일본에서 항의한다는 뉴스를 듣고 주먹을 쥐는 것으로 바꿨어요. 좀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자고.”

-수요시위 1000회째인 2011년 12월14일 새벽에 설치했죠?

김운성 “당일 새벽 트럭에 소녀상을 싣고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와 있는 거예요. 모두 일본 기자들이었죠. 도로를 파내는데 손가락 한번만 움직여도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김서경 “전시회 때도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사실 일본과 일본이 남겨놓은 식민주의와의 싸움은 세우고 부수며 공간을 재배치하는 싸움이었다. 광화문은 가장 치열한 공간정치의 전장이었다. 1926년 일제는 광화문을 이전시키고 경복궁 앞에 어울리지 않는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조선총독부 건물(옛 중앙청)을 지었다. 경복궁 동쪽 창경궁에는 동물원을 지어 왕실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반대로 1995년 김영삼 정부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무는 정치적 이벤트로 식민주의의 청산을 노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자신이 쓴 친필 현판을 달아 광화문을 복원하고 자신을 대리하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그 앞에 세웠다. (당시는 충남 아산 현충사 성역화 작업이 이뤄지는 등 국가주의가 강화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암시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2011년 12월14일 아침,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선다. 한복을 입은 소녀는 의자에 앉아 일본대사관을 바라본다. 당차고 결연한 얼굴, 잘린 머리카락, 불끈 쥔 주먹. 작은 새가 소녀의 어깨에 앉아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지금 계신 할머니를 연결시켜주는 영매”이자 못다 이룬 “자유와 평화의 상징”(김서경)이다. 옆의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자리다.

“우리 할머니들이 아무 힘이 없다고 해서 말이지.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정부가 오고 가고 해서 합의됐다고 하는데, 세상에 그럴 수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절대적 반대입니다.”

지난 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수요시위. 무대 앞 의자에 앉아 발언을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의 목소리는 소녀상처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누군가 목도리와 귀마개를 평화의 소녀상에 걸어주었다. 이날 수요시위에 소녀상이 불러 모은 인원은 800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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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뒤꿈치를 든 소녀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조각인 것 같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운동도 소녀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김서경 “예상은 못했고 기원은 했죠. 제작하면서 할머니들의 아픔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주길 바랐어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더라도 누군가 소녀상의 자리에 서줬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오롯이 느끼려면 여성의 손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내가 할게’ 했죠. 몰입했어요. 할머니의 감정에 빠져들었죠.”

-왜 소녀였나요?

김운성 “수요시위를 보고 뭐 도와줄 것 없느냐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을 찾아갔어요. 비석 디자인을 부탁받았다가, 제가 아예 조각으로 해보자고 했어요. 할머니상을 먼저 디자인했는데, 김서경 작가가 요만한 소녀상을 가지고 와서 어떻겠느냐고 물었어요. 보니까 소녀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할머니가 당하신 게 아니라 소녀가 당한 거잖아요.”

-130㎝의 조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요?

김서경 “공감이었어요. 아픈 것만 표현하면 혐오스럽게 보이죠. 그래서 아프지만 아프지 않게 공감을 이끌고 희망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소녀지만 당당하고 당찬 모습. 할머니들은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해왔잖아요. 표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았어요. 고통, 슬픔, 분노 등 상반된 감정을 표현하려고 수십번 바꾸어 이 얼굴이 나온 거죠. 제 마음속에 있는 상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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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만든 ‘베트남 피에타’. 대지의 여신 위에서 엄마가 아가를 안고 있다. 1.5m 크기로 제작돼 베트남과 국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평화의 소녀상은 특정 할머니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위안부에 대한 부부 작가의 조사와 상상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복을 입고 단호한 표정의 13~15살께 소녀가 여러 상황에 따라 변주될 뿐이다. 이를테면 경남 거제의 평화의 소녀상이 제작될 때, 국내에 교학사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이 있었고, 소녀는 분에 차 의자에서 일어났다.

소녀상에 대한 논쟁 중 하나는 ‘소녀’가 ‘순결주의’나 ‘더럽혀지지 않은 육체’ 같은 가부장적 체제의 이분법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미지를 표상한다는 시각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페미니즘 내부에서는 ‘민족주의와 젠더 간의 모순적 관계’에 대한 학술적 토론이 있어왔다.

2006년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의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일부 독립유공자 단체가 “일제에 의해 수난만 당한 민족이라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한 사건, 2004년 영화배우 이승연이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 화보집을 촬영했다가 뭇매를 맞은 사건 등은 위안부 문제가 민족과 여성 사이에서 갖는 복잡한 층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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