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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4·13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직 사퇴 심경과 야권 연대,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국민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서명에 참여한 것에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며 “대통령은 야당과 더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신년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4·13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총선 승리의 기준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며 거리에서 서명에 참여한 데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사람 같지 않았다. 전날 밤에도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평소 그는 자신의 연설 내용을 밤늦게까지 수정하며 잠을 설쳤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로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총선 패배하면 자연스럽게 정계 은퇴”
―사퇴 후에도 막후에서 당 운영과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대표 할 때도 만날 휘둘려서 인사 한번 마음대로 못했는데 막후에서 더 힘이 세질까. 대표직은 그냥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다만, 선거 관련 권한과 일상 당무에 관한 권한까지 모두 선대위에 넘기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질서 있는 사퇴가 돼야 한다.” 더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선대위로 전권을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오전 회견에선 ‘정권 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마지막이라는 뜻인가.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저절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였다고 되는 것 아닌가.”
―자연스럽게 정계은퇴가 된다는 뜻인가.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총선 승리의 기준은 뭔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일정한 기준은 없지만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할 과제라고 본 것이다.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고 판명난다면 국민들께 면목이 없어진다.”
―총선 승리를 돕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울 건가.
“찾아야죠. 우리 당 후보를 지원하거나 유권자, 특히 야권 지지자가 많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권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 다 동원해서….”
○ “인위적 우(右)클릭 안 해”
―오전 회견에서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는데….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물론이고 국민의당과도 총선 전에 다시 합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연대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호남에서는 선의의 경쟁, 수도권에서는 연대를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정의당과는 통합은 어렵고 선거 연합 같은 방식이 꼭 필요하다.”
―정의당과의 통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당 정체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도 왼쪽으로는 정의당 수준, 오른쪽으로는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야 한다. 중간층을 잡는 게 승리의 길이지만 인위적 우(右)클릭은 오히려 중간층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통합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나.
“국민의당을 뺀 나머지 분들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 왔다. 천정배 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기다.” 천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모두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당과의 통합과 연대는 없다고 못 박았는데….
“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쪽 기세상으로도 통합, 연대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에 다가가면 갈수록 국민은 힘을 모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통합, 연대는 절대 없다’는 얘기는 막 할 게 아니다.”
○ “내가 패권을 가진 적 있나”
―안철수 의원이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질문에 문 대표의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신 대통령 들먹이는 것 좀 그만하죠.”
―안 의원에 대한 서운함은 없나.
“글쎄…. 어쨌든 분열한 것만 해도 아프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박근혜 정권이다. 선의의 경쟁도 좋지만 이제 서로 헐뜯고 상처 주는 그런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각에선 호남 민심이 돌아선 요인 중 하나로 참여정부 시절 ‘호남 인사 홀대’를 든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호남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어느 정부보다 참여정부 때 호남이 제대로 평가받고 가장 많이 등용됐다. 국가 의전 서열 10위까지 통상 대여섯 명은 호남 인사였다. 지금은 한 명도 없다. 감성적으로 (저를) 반대하니까 그런 것도 깡그리 잘못한 것으로 매도당한다.”
―당내 친노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어야 대표 사퇴의 진정성이 입증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거꾸로 묻고 싶다. 내가 패권을 갖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나. 패권을 쥐어본 적도 없는 패권주의가 있나?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누구를) 배제하자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그만할 때다. 서로 대동단결하고 힘 모으자는 이야기를 할 때다.”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주장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진보 전체를 부정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그랬다. 다만 우리 당의 행태는 정말로 낡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낡은 점들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더 유연하고 더 유능하고 더 포용적이고 더 개방적인 진보가 될 수 없다.”
―조경태 의원이 탈당했다.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부산에 현역 의원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더 만들어 내면 된다. 온라인 입당 시스템으로 10만 명 넘게 입당했다. 탈당의 힘보다 새롭게 입당한 힘이 훨씬 강하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며 ‘표정이 밝다. 자신감 때문이냐’고 물었다. 문 대표는 “해방됐으니까요”라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 같지 않다.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함 때문이다. 절박함, 간절함이 모이면 뭔가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삿짐을 정리하러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이날, 문 대표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생활을 끝내고 서대문구 홍은동 빌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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