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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오래하다 보니까, 이런 참소(讒訴)도 다 당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21일 오전 빨간 넥타이를 매고 카메라 앞에 선 홍준표 경남도지사(62)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 6개월 만에 법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는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기를 띠면서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받은 사실도 없고 성완종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하고 돌아섰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히 재판받겠다”고 겸허하게 말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홍 지사는 내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때때로 홍 지사는 단체로 검사복을 입고 예를 갖춘 후배 검사들이 증인신문을 이어갈 때 조소를 보냈다.
재판 도중에는 보좌진으로부터 건네받은 껌을 씹고 우물거리다 종이에 뱉기도 했다. 휴정 중 기자가 “건넨 것이 약이었느냐, 껌이었느냐”고 묻자 대답을 꺼리던 보좌진은 “아니, 약이면 씹다 뱉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모래시계 검사’의 호통도 볼거리였다. 홍 지사 측은 검찰이 불법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53)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홍 지사의 전 보좌관인 엄모 씨(60)와의 통화내용을 녹음시켰다는 취지였다.
“저같이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에 대한 수사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데 국민들을 상대로 하면 어떤 짓을 하겠습니까?”라고 호통 치던 홍 지사는 “불법 수집 증거로 인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법정형이 정치자금법 위반보다 셀 것이다. 새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 관행도 좀 바꾸고 자체 감찰을 해야 한다”고 말하다 재판장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홍 지사는 검찰과 기자들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홍 지사가 보인 행동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일인데도 마치 국민에게 화를 내듯 쏘아붙였다. 검사 출신이라면 법정에서 예의를 더 잘 갖춰야 하지만 껌을 씹는 행동 등으로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무죄를 주장하기에 앞서 법 절차와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부터 가지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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