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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지지의 근거를 제공하는 싸움'이다. 유권자들이 호응을 보낼 만한 일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의 경쟁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데 나름의 합리적 이유를 갖도록 해주면 성공하는 선거 캠페인이 된다. 새로운 인물 영입도 대표적 지지 근거로 작용한다. 인재를 영입하면 정당이 변화한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영입된 인물은 정당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도 하게 된다.
어떤 정책이나 공약을 발표하려면 그 말을 더 믿게 만드는 사람이 말해야 한다. 메시지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메신저가 있어야 한다. 가수가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믿기 힘들 듯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말을 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 군 출신이 안보를 얘기해야 먹히고, 외교 전문가가 국제관계 얘기를 해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보다 사람이 먼저다. 정당이 선거공약을 내놓기 전에 해당 분야의 역량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효과가 있다.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장관을 불러왔고 경제민주화를 말하게 했다. 또 대선 과정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수사했던 인물에게 정치 개혁을 맡겼다. 메시지를 더 믿을 만하게 할 메신저들을 먼저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인물 영입이 지지의 근거로 작용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각 당의 인재 영입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을 이기고 있다. 고졸 출신으로 삼성 임원이 된 양향자씨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라 IT 신화를 만들어낸 웹젠 이사회 의장 김병관씨 사례는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멘토이기도 했던 김종인 전 장관의 영입은 그간의 영입인물이 신선하긴 하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은 스토리, 참신성, 중량감, 의외성 등의 조건들을 채웠다. 인물 영입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당의 분열 이슈의 부각을 약화시키고 있을 정도다.
반면 새누리당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특별히 인재 영입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상향식 공천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재 영입은 일정 부분 전략공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간 전략공천은 없다고 강조해온 김 대표로서는 자칫 모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직접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을 선호하겠지만 물갈이와 새 인물의 영입도 원한다. 이렇게 충돌하는 대중의 이중적 요구를 수행하는 게 정치인의 일이다. 정치엔 0과 100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1에서 99까지 무수한 해법이 존재한다. 이를 찾아내는 것이 정치력이다.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이 강대국이 되었다. 로마는 전쟁을 치른 후 식민지에서 끌고온 노예에게 10년이 지나면 자유를 줘 역량을 발휘하게 했다. 한때 적이었던 카르타고 지역 출신을 로마의 황제로 맞이하기까지 했다. 오랑캐 족속의 인물을 황제로 세운 것이다. 몽골은 정복지의 종교를 인정하며 차별하지 않았다. 종교가 무엇이든 몽골제국 안에서 인재들이 일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전 세계의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왔기 때문에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인재가 흘러들어오면 정당은 살아난다. 인재를 외면하면 그 정당은 생기를 잃는다. 만약 그간 정당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왔다면 영입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양성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입이 없다면 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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