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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서 교사에게 혼난 중학생 극단적 선택
일부 학생 "학교에서 없던 일로 하려한다" 반발
학교 측 "아이들 상처 커…심리 상담 중"
"더 신경쓰지 못해 미안해" 극단적 선택한 친구에 눈물 짓는 교실
“아이가 집에 가정통신문을 들고 오더니 ‘내가 좀 더 신경 써줬으면…’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속상해하더군요. 친구의 죽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김모(15)군의 친구 어머니의 말이다.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김군의 부검이 진행되면서 아직 정식 장례식은 열리지 않았지만, 포항 북구에 임시로 마련된 빈소에는 같은 학교 학부모 등 조문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누구도 비난하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받고 사건을 알게 됐는데, 교사의 훈육 방식도 잘못됐지만 죽음을 선택한 아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25일 오전 11시 30분쯤 포항 북구의 한 중학교 5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이날 2교시 도덕 시간 때 교사에게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도덕 교사가 감기에 걸려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김군은 “성인물이 아니라 여자 모습 삽화가 든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맞섰다. 이에 도덕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이 웃었다. 도덕 교사는 김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인 체육 시간이 끝날 때쯤 김군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혼자 남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중학교 폐쇄회로TV(CCTV)에는 김군이 4층 교실과 5층 복도를 오가며 투신을 고민한 흔적이 담겼다.
학생들은 김군의 투신 사건 이후 학교에서 수업 대신 심리상담을 받았다. 특히 김군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 학생 등은 심리적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체육 시간에 혼자 있고 싶어해서 놔뒀는데 같이 데려가지 못한 데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일부 학생은 전날 김군의 죽음이 보도된 후 “학교에서 묻어가려고 한다”는 내용의 제보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생은 “학교에서는 친구의 죽음을 없던 일 취급하며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 어디 가서 사건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더라. 한 학생이 죽었는데 사건 진상을 파헤쳐야지 묻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학교가 말이 됩니까?”라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사건을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며 “교사들도 현재 이 사건을 입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김군의 어머니는 말문을 닫았다. 빈소에서 만난 김군의 이모는 “조카 엄마는 이상하리만치 괜찮은 거 같기도 한데 그저 말이 없으니 그 속이 오죽하겠냐”며 “물론 자습시간에 소설책을 본 건 잘못이지만, 우리 조카가 그동안 학교에서 큰 말썽 피운 적도 없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5층 복도를 방황하며 투신을 고민했을 때 누가 조금만 신경 써줬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중앙일보 포항=백 경서 기자
한 번만 더 생각하지..ㅠㅠ... 안타깝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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