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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를 맞은 태국이 온통 행운을 불러온다는 '아기 천사' 인형 얘기로 시끌시끌하다.
태국어로 아기 천사를 의미하는 '룩 텝'(Look thep)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인형은 실물 크기의 아이 모양을 본떠 만든 평범한 인형이다.
과거 한국에서 유행했던 못난이 인형을 연상케하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 한밤중에 거실에서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랄 수도 있다.
크기는 최소 25㎝부터 60㎝까지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최소 3천500바트(약 12만원)짜리도 있고, 미국에서 들여온 한정판 제품은 1만3천바트(약 44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이런 녹록지 않은 가격에도 이 인형은 태국 여성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특히 가족없이 혼자 지내는 중년 여성들이 주요 구매층이다.
이 인형이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왜 행운을 불러오는 부적처럼 여겨져 외로운 중년 여성의 '반려자'로 자리를 잡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는 이는 없다.
다만, 불교국가 태국에서 일부 승려들이 종교 의식의 하나로 인형에 장식을 해 불전에 봉헌하는 관행을 일부 인형제조업자들이 빌려와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어쨌든 이 인형을 반려자로 '입양'한 여성들은 인형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머리까지 단장해주며 자식을 키우듯 돌본다. 덕분에 인형 전문 미용업자도 생겼다.
또 유모차에 태워 쇼핑몰에 동행하고, 인형을 위해 별도로 음식을 주문하고 값을 치르는 등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도 한다.
강아지 등 반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지만, 생명이 없는 인형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아붓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여성들의 반려 인형 사랑을 '정신병'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이에 대한 여성들의 반박은 전문가의 기를 금세 꺾어버릴 만큼 강력했다.
일각에서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 통치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눌리고, 경제까지 침체하면서 불안해진 이들이 인형을 통해 안식을 추구한다는 정치경제학적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인형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설 만큼 대단한 존재는 아니었는데, 논란은 아주 의외의 상황에서 시작됐다.
실제 아이 크기의 이 인형을 기내에서 무릎 위 또는 옆의 빈 좌석에 앉히는 사람들이 늘자 한 항공사가 안전대책이라며 내놓은 서비스 지침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 항공사는 인형을 위해 별도로 티켓을 팔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당국은 여객기 티켓의 경우 사람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며 제지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인형을 이용한 마약운반 사건이 터지면서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북부 치앙마이 공항 수하물 센터에서 경찰에 발견된 인형 속에서 환각제의 일종인 메스암페타민이 무려 200알이나 나온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형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태국 경찰이 탈세 혐의를 잡고 인형 수입업자의 공장과 창고 등을 급습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아기 천사' 인형은 '성가신' 기자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군부 출신 총리는 물론 뎅기열로 30대에 요절한 국민배우 포르 트리사디, 그의 장례식장에서 무리한 취재 경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들을 제치고 최근 주요 신문의 1면에 단골로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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