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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회안전법상의 보안감호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무죄가 확정되면 본형에 의한 구금기간은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보안감호 기간은 형사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호관찰법상 보호감호를 받은 사람이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보안감호 처분을 받은 사람은 현행법에서는 형사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국회는 조속히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들이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모씨는 1975년 10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불법체포돼 간첩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기소된 강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돼 1981년 2월까지 형을 살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사상전향을 요구받았지만 "간첩도 아닌 내가 왜 전향을 해야 하느냐"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보안감호처분 대상자로 분류돼 형기 만료후 곧바로 보안감호소에 다시 수용됐다. 옛 사회안전법 제6조는 보안처분대상자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어 감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 등에 대해서는 보안감호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장관은 강씨의 보안감호처분 기간인 2년이 지나자 거듭 갱신결정을 내렸고 7년 4개월이 지난 1988년 6월에야 강씨는 풀려났다. 감옥에서 1939일, 보안감호소에서 2674일, 구금된 지 4613일만에 사회로 나온 것이다. 보안감호처분은 1989년 '사회안전법'이 '보안관찰법'으로 개편되면서 폐지됐다. 강씨는 2011년 재심을 청구해 2014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불법구금·수용됐던 12년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며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는 강씨가 청구한 형사보상청구사건(2014코114)에서 최근 "국가는 강씨가 감옥에서 1939일 동안 구금된 데 대한 형사보상으로 3억8700만원, 변호사 비용 등 비용보상으로 104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무부장관이 하는 행정처분인 보안감호처분에 대해서는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인정하는 법리가 유추적용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안감호처분과 보호감호처분은 형벌과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지는 보안처분이라는 점에서는 법적 성질이 유사하나, 보안감호처분의 주체는 법무부장관인 반면 보호감호처분의 주체는 법원이므로 다르다"며 "법원의 판결로써 집행하는 보호감호 집행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행정처분인 보안감호처분 집행에 대해서는 이 같은 판례의 법리가 준용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헌법 및 형사보상법 규정 체계를 보면 보안감호처분 대상자에 대한 청구근거나 방식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보안감호처분의 집행에 대한 형사보상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해석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관계법령의 입법취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입법의 영역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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