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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국내 정치권을 겨냥해 “남북 분단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 보여줘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친 뒤에는 “한국에 돌아와 국민으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년여 만에 방한한 반 총장은 이날 제주 중문단지 롯데호텔에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과 가진 간담회에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간 국내 정치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처음으로 대권 도전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은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남북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며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색된 대북 문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반 총장은 아울러 “남북 문제는 숙명”이라며 “대북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압박 노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지원 속에서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노선 차별화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다만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그 때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겠다”면서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제가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많은 국가 정상들이)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반 총장은 이어 “내년 1월 1일이 되면 한국 사람이 되니까 그 때 결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유엔 사무총장 직위를 벗은 뒤에 본격적인 대권 도전을 선언하겠다는 뜻을 예고한 것이다.
4ㆍ13 총선의 여권 참패로 ‘반기문 대망론’이 부각되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반 총장은 정치적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남북 통일과 국민 통합을 강조해 자신의 리더십 색채를 분명히 했다. 반 총장은 또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미얀마 민주화 등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성과를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리더십 부재를 반박하는 데도 주력했다. 그간 국내에서 제기됐던 여러 의혹과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의 대권 도전 선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해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건너 간 뒤 27일 밤 다시 서울로 돌아와 30일까지 경기 일산, 경북 안동ㆍ경주로 이어지는 5박6일 간의 방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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