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었다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흰색의 실크 실내복 차림이었고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져 있었으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인이다저녁에 왜 저고리를 입던 알베르토가 머리만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이미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잊었어요 몬드리씨의 파티에 가기로 했잖아요그렇군 이따가 전화를 하지 에이미대충 저고리를 걸치며 알베르토가 문고리를 잡자 에이미가 바짝 다가섰다전화는 안 돼요 꼭 와야 돼 알베르토알베르토는 겨드랑이에 걸친 권총 홀더를 바로 매면서 그녀를 돌아 보았다 모델 출신의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었고 그녀와 동반하여 대중 앞에 나서면 훈장을 받은 군인처럼 명예를 느끼게 된다이제까지 겪었던 수백 명의 여자 중에서 그녀만큼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여자는 없었다좋아 에이미 데릴러 오지늦어도 일곱시까지는 와야 돼 알베르토그래 늦어도 일곱시에이미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고는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달콤한 술냄새가 났다아파트를 나온 알베르토는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5층짜리 호화맨션이어서 입주자는 모두 백만장자축에 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아침 여섯시는 깊은 밤이나 마찬가지 시간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자동으로 멈춰섰을 때 앞쪽의 경비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경비원도 머리를 숙이고 잠에 빠져 있는 것이 보였다알베르토는 엘리베이터 옆쪽의 계단으로 해서 지하 1층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1백 평쯤 되는 주차장에는 입주자의 부를 상징하듯이 갖가지의 고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에이미의 붉은색 포르쉐도 구석에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입구를 향해 서 있는 자신의 흰색 벤츠 500으로 다가갔다 차 뒤쪽의 배기구에서 가늘게 흰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가간 그는 뒤쪽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이봐 머피 서둘러라 보스가 기다려그러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머피가 머리를 돌렸다아눈을 치켜 뜬 알베르토가 입을 쩍 벌렸다 그를 바라보는 사내는 머피가 아니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동양인인 것이다그 손 움직이지 마라사내가 후려치듯 말하자 알베르토는 온몸을 굳혔다 가슴 속의 권총 손잡이를 저도 모르게 움켜쥐었던 것이다조금만 더 움직였다가는 당장에 죽여 주마 알베르토알베르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