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걸(Girl)스럽게 해주세요."

이 말에 걸스힙합을 춰왔던 케이코닉(박세희 이진희 김민지 김형은)은 어색한 표정이 역력한 채 '걸스러움'을 생각하며 허리를 튕기고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앞서 이들은 원타임의 '1TYM'의 무대를 꾸몄고, "멋지다"라는 탄성을 받았던 연습생들이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01' 2회에서는 1회에 이어 101명의 연습생들이 A부터 F까지, 레벨 테스트를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지금 당장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무대를 보여준 소속사의 연습생들이 있는가 하면, 트레이너들의 말대로 여기 왜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실력이 많이 부족한 연습생도 있었다.

'프로듀스 101'은 101명 중 단 11명만이 하나의 그룹으로 데뷔해 올해 말까지 활동할 수 있는, 걸그룹 육성 프로그램이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자들이 100% 투표권을 쥐고 있어, 101명의 연습생들은 "국민 심사위원님, 잘 부탁

드립니다"라며 웅장한 인사 속에 포문을 열기도 했다. 프로듀서 장대표라 불리는 장근석을 중심으로 보컬, 댄스 트레이너들이 이들을 지도한다.

2회에서 소형 기획사 케이코닉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케이코닉 소속 연습생들 4명이 만든 무대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귀엽고 깜찍한 무대를 선보였을때, 이들은 걸스힙합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어 들어온 트레이너들의 제안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소녀시대 느낌 나는 그런 안무를 한번 보고 싶다", "최대한 걸스럽게 해달라"였다.

반대로, 앞서 연습생들에게는 주문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현재 걸그룹 주류가 이들이 말하는 대로 '걸스러운' 형태이니, 너희들도 그런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다양한 매력을 보고 싶은 마음에 주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어 공개된 케이코닉 연습생들의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몸짓은 어딘가 씁쓸하게 한다.

트레이너 중 한 명은 "이런 류(걸스힙합)를 해왔던 애들이면, 걸리쉬한 걸 시키면 스스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고 마무리지었다. 이들 가운데 연습생 박세희는 "모든 장르를 다 잘해야하는 건데 여성스러운 춤을 추기에는 나 스스로 민망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걸그룹이라고 해서 꼭 모든 장르를 다 잘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여성스러움을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여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030 여성들에게 "여성스럽게 뛰어보라"고 주문하자 이들은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과는 달리 손을 허리 옆에 갖다붙이고 종종 걸음으로 달렸다. 하지만 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최대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

'여성스러움'은 누가 만드는가. 걸그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할 때다. 미디어가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프로듀스 101'이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책임감을 가지려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