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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슈퍼스타K 심사위원이자 기획사 미스틱엔터 대표 프로듀서
"아이돌 댄스음악 일색인 시장서 포크·모던록 틈 찾는 게 내 話頭
프로젝트 '월간윤종신'이 그 맥락"
그는 "본업(음악)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큰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본업을 제대로 하자고 벌인 일이 너무 커졌다. 고정 출연하는 '라디오스타' 외에도 각종 예능에 꾸준히 출연한다. 동료 음악인 몇과 시작한 미스틱은 가수와 MC, 배우만 50명이 넘는 거대 기획사로 커졌다. "방송은 제 맘대로 그만두기도 힘들어요. 제작진과 신뢰도 있고, 방송에서 돈을 벌어야 음악을 만들 수 있거든요(웃음)."
방송에선 깐족대는 농담으로 사람을 웃겨도, 사석의 윤종신은 진지한 사람이었다. "예능도 하나의 업(業)이에요. 일과 생활은 분리하죠. 같은 방송 출연자들끼리 사석에서 봐도 농담 안 해요. 그러면 본방에서 쓸 농담이 없잖아요." 세 아이의 아빠지만, 여전히 슬픈 이별 노래를 쓸 수 있는 것도 그런 공사 구분 덕분이다.
"요즘 화두는 생존(生存)이에요." 윤종신은 아이돌 댄스음악 일색인 시장에서 포크, 모던록 같은 비주류 음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는 중이다. "공들여 앨범을 내도 1시간 안에 음원 차트에 못 오르면 순식간에 잊혀요. 그 1시간 안에 대중의 관심을 끌려면 큰돈을 쓰고 음악과는 상관없는 화제 몰이도 불사하죠. 음악 판이 도박판처럼 돼버렸어요."
그는 시장 흐름과 거꾸로 가는 걸 택했다. 2010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 '월간(月刊) 윤종신'이 대표적이다. 매달 한 곡씩 만들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구독자에게 배포한다.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노래를 만들고 간편하게 뿌려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앱 '비트'에 투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무료 음악에 대한 거부감은 있어요. 하지만 무료 음악 앱은 평소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역할도 해요. 파이를 키우는 거죠."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양한 음악이 자리 잡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그는 자신을 '시행착오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월간 윤종신'도 그랬고, 방송 활동도 그랬다. 예능 프로에 얼굴 내밀 땐 "음악가가 격 떨어지게 논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다 보면 주위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란 생각으로 버텼다. 요즘엔 이적, 유희열 등 동년배 음악가들도 방송에 진출해 활약 중이다. "억울하죠. 처음 제가 방송할 땐 온갖 욕을 다 먹었는데. 이젠 박수받으면서 방송 나오고 자기 음악도 알리잖아요. 걔들, 저한테 감사패 줘야 돼요(웃음)."
'월간 윤종신'도 이제 구독자가 33만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까지 합하면 매달 180만명이 그의 신곡을 들을 수 있는 유통망이 만들어진 셈이다. "시장이 아이돌 음악 위주라고 보기 쉽지만, 그 수요도 30% 정도일 겁니다. '월간 윤종신'은 나머지 70%에 원하 는 음악을 들려주는 방법을 찾는 시도고요." 발표한 노래는 앱에 차곡차곡 쌓이고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윤종신 음악 아카이브다. '오르막길'처럼 소문을 타고 뒤늦게 히트곡이 된 사례도 생겼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내년이 중요해요. 큰 거 한 방이 필요합니다. 하하!"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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