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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극장에서 안보고 이제서야 봤는지 후회막심입니다. 큰 스크린으로 감
상했어야 하는데. 누군가 왕가위 감독은 영상으로 시를 쓴다고 했는데 그게 무
슨 소린지 납득하겠습니다. 인생에 대한 회한 가득한 시 한편을 읽은 기분이예
요. 며칠전 엉망인 자막으로 처음 봤을때조차 그랬는데, 오늘 제대로 된 자막
구해서 다시 보고 나선 그 강렬한 허무의 여운이 하루종일 가는군요.
장쯔이는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에 관해선 대체불가 배우네요. 이토록 아름답
고 우아하게 펼쳐지는 무술을 다른 어느 여배우가 표현할수 있을까 싶습니다.
작년에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각종 영화제 상들을 휩쓸어 버린게 당연하다 생
각됩니다. 양조위가 아니라 장쯔이가 주인공이 되버렸더군요. 양조위는 왕가
위 영화에서 또 편집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져버렸네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상업영화로서 확실한 임팩트를 주지는 않아서 취향은
많이 탈만한 영화네요. 요새 유행하는 무술영화처럼 실전적으로 보이게 표현
하는 종류의 무술씬이아니라서 액션영화로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지도 모를
것 같구요. 격투장면이 뭐랄까, 양조위와 장쯔이의 쿵후대결은 액션씬이 아니
라 베드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쿵후영화인데도 강렬한 액션영화
의 느낌이 별로 없네요. 장첸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독고다이로 무지막지하게
다 때려잡는 씬이 유일하게 거친 액션의 쾌감을 주는정돕니다. 장첸의 쌩뚱맞
은 등장에 불평도 있던데 전 좋았습니다. 뭔가 장쯔이와 엮이나 싶었는데 이
게 뭐야, 왜 출연한거야 벙쪘는데, 워낙 일격필살의 팔극권을 맛깔나게 잘 표
현해서 별 불만은 없네요. 아비정전에선 양조위가 편집의 희생양이 되서 뜬금
포로 등장했다가 왕가위의 다른 영화에 나오더니 장첸도 분량이 많이 편집됐
다던데, 이후 장첸의 일선천 가지고 '한편 그 시절 홍콩 다른곳에선...'영화라
도 만들려나요. 그 캐릭터가 아깝습니다. 등장 마지막에 잔뜩 치켜뜬 표정으
로 제자겸 이발사들이랑 사진찍는 모습이 왜이리 웃긴지, 그냥 단역으로 소비
해버리기엔 너무 아깝네요. 밤에 혼자 조용히 보기에 좋은 영화로 추천합니
다.
- [닉네임] : 규청이[레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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