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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00만 관객 돌파..마약 수사관들 생생 관람평
"마약 수사 어려움은 사실..국민들의 지지는 큰 힘"
마약 범죄조직 검거를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영화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극중 주인공인 경찰서 마약전담팀 형사들에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 속 고 반장(류승룡 분)을 필두로 한 서울 마포경찰서 마약반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해체시키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자 마약 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 '수원왕갈비통닭'을 차려놓고 잠복수사에 돌입한다.
그런데 파리 날리던 치킨집이 의도와 달리 '대박' 나면서 범인 검거보다 치킨 튀기고 서빙하는 일에 더 바빠진다. 고 반장은 해체 통보를 위해 경찰서에 불려간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라고 능숙하게 배달전화를 받으며 객석에 폭소를 자아낸다.하지만 실제로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형사들은 "영화에서처럼 치킨집을 차려 잠복수사에 돌입하고 몰래 도청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영화에 그려진 대로 마약수사에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영화 속 기막힌 포복절도 설정에 대해 현직 경찰들의 관람평을 들어봤다. 서울에는 31개 경찰서 중 10개 경찰서에 마약전담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①치킨집 차려 잠복수사와 도청 가능할까
영화 속에서 고 반장을 필두로 한 마약반은 잠복수사를 위해 범죄조직 아지트 바로 앞의 치킨집을 인수한다. 이후 치킨집에서 첨단장비들을 동원해 아지트 내부 대화 내용을 도청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치킨집을 차려 잠복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일선 경찰서 A경정은 "치킨집을 인수해서 장사를 하면서 잠복하고 이런 내용은 픽션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경감 역시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가끔 중국집 배달원이나 치킨배달원으로 변장하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도청과 관련해 마약팀 소속 C경위는 "영화 속에서 치킨집을 인수해 도청장치를 비롯 첨단장비를 이용한다고 하던데 말도 안 된다"라며 "마약팀이 가진 장비는 '수갑'이 대표적"이라며 웃었다.
② '강력팀 vs 마약팀' 실제도 치열한 경쟁상대?
영화 속 고 반장이 이끄는 마약반은 최 반장(송영규 분)이 이끄는 강력반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강력반이 마약범죄까지 해결하고, 고 반장보다 후배인 최 반장이 먼저 승진해 의기양양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어 마약반은 최 반장이 회식자리에서 넘겨준 정보를 바탕으로, 잠복수사에 돌입한다. 일선에서도 마약전담팀과 강력팀 사이의 경쟁구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경찰들은 "마약팀이 따로 있는 경우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경쟁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B경감은 "강력팀에서 마약사건이 있다고 제보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면서 "경쟁이라기보다는 협력하는 관계"라고 밝혔다. C경위도 "마약전담팀이 있는 경찰서랑 없는 경찰서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있는 경찰서의 경우 대부분 마약 관련 사건을 인지하면 마약팀으로 넘겨준다"고 말했다. D경정은 "내사 단계에서는 팀 간 정보공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명의 피의자를 두고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 윗선에서 조정을 하기 때문에 수사에 돌입한 이후에는 경쟁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③ '조폭 맞짱' 마약수사 얼마나 거칠고 험난?
실적으로 강력반에 밀리고, '수원왕갈비통닭'을 튀겨내는 데 여념이 없는 마약반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이 사람들 경찰 맞나"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이들은 유도 국가대표·무에타이 동양 챔피언·UDT 특전사·야구부 출신의 '정예부대'다. 마약 사범 검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선별된 인원으로만 꾸린 팀이라는 설명이다.일선 경찰들은 다른 강력사건에 비해 마약 수사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D경정은 "투약한 지 얼마 안 된 피의자들은 굉장히 거친 경우가 많다"며 "술에 취한 피의자들과는 달라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고, 피의자를 상대할 대 심리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B경감도 "피의자들이 반항할 때가 가장 어렵다"며 "흉기를 든 경우도 있고, 어디서 약을 구했는지 얘기를 하지 않을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과 피의자 모두 다치지 않으려면 흉기를 들기 전에 빠르게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C경위는 "마약 수사의 경우 빠르게 검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현재 영장을 신청해 피의자 신병이나 증거를 확보하려면 발부까지 최소 3일이 걸린다"며 "수사 절차가 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그러면서 D경정은 국민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약 수사에 있어 또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지지와 사회적 공감대'입니다. 현장에 마약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하면 '영업을 방해한다'는 반감어린 시선과 '경찰이 마약 투약을 적극적으로 저지해 범죄와 2차피해를 막는다'는 긍정어린 시선이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긍정어린 시선이 국민들 마음속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의 지지는 일선 경찰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조현기 기자,박혜연 기자
극한직업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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