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청소년도 콘돔을 사는 게 가능해요. 근데 실제론 안 파는 경우가 더 많죠. 청소년 스스로도 죄를 짓는 기분에 위축되고요. 이런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건전한 성(性) 문화가 싹틀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콘돔 제조, 판매업체 인스팅터스 성민현(24) 대표에게 창업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성 대표는 2014년 고교 동창 2명과 함께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소셜 벤처를 만들고 콘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매로 콘돔을 떼어다 온라인에서 소매로 파는 일 외에 소셜 벤처의 취지에 맞게 그는 우리 사회의 성 인식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성 대표는 "동업한 친구들과 성 인식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길 거리에서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했는데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며 "노인분들한테 어린 것들이 발랑 까졌다면서 욕도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바로미터인 셈.

그는 청소년기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적 욕구는 본능적인 것임에도 무조건 ‘안 된다’고 금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성 대표는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잖아요. 막을 수 없는 일을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셍각해요. 청소년들의 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되 제대로 된 성교육을 통해 피임법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가장 간단한 건 콘돔의 사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스팅터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출 청소년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지역 청소년 쉼터 등에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건 이같은 성 대표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에 대한 그릇된 의식과 무지 때문에 낙태를 경험하거나 미혼모가 된 청소년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인스팅터스는 청소년들이 콘돔을 구입할 경우에는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이처럼 건전한 성을 향한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인체에 해가 없는 콘돔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성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콘돔에는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 물질이 들어 있어 인체에 해롭다는 미국 한 시민단체의 연구 발표를 접한뒤 인스팅터스의 지향점을 더욱 또렷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바로 '친환경', '프리미엄 콘돔'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건전하고 건강한 성 문화 정착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에서, 한참 공부에 매진해야할 대학생이 휴학까지 하고 콘돔을 팔겠다며 나서자 부모님과 주위의 만류가 극심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성 대표는 1년을 꼬박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성분 연구와 실험에 매달렸다. 또, 이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생산공장을 찾기 위해 동남아 시장까지 이 잡듯 뒤졌다. 결국 태국의 한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양산화에 성공,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콘돔 이름도 태초의 인류인 '이브'(EVE)로 지었다.

성 대표는 "올해부터는 이브의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만큼 매출이 확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5억원으로 미미한 수치지만 성 인식이 개선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글로벌 브랜드인 듀렉스, 오카모토와 견줘도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승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