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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보안법의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1심 재판 심리는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한항공 쪽의 ‘리턴 없는’ 변호 전략, 예상보다 ‘짠’ 검찰의 구형, 재판부의 ‘속전속결’ 재판 진행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성우)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은 자정을 넘긴 3일 새벽 1시께 끝났다. 조 전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사과한다. 분노한 국민들께도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변호 전략’을 잘못 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에서는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양형 판단에 영향을 주는데, 조 전 부사장과 변호인들은 재판 내내 “승무원들의 서비스 잘못이 사건의 발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관심사원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증언한 것을 두고 대한항공 쪽의 ‘총체적 판단 미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대한항공 쪽에서 제대로 사과했다면 박 사무장이 저렇게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구형량과 선고기일도 미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검찰은 최대 징역 10년까지 구형할 수 있는 항공기 항로변경죄로 처벌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징역 3년 이하는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 형”이라며, 검찰이 정작 구형 단계에서는 단호하게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초범에 충동적·우발적 범죄인 점 등을 감안하면 구형이 센 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도 검토했다”고 했다.
1심 선고는 12일 오후 3시로 잡혔다. 첫 공판을 한 지 2주 만에 결심까지 한 ‘속도전 재판’ 때문에 선고기일이 빨리 잡힌 셈이다. 이 때문에 재판부의 ‘집중심리’가 눈길을 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인정신문 정도로 끝나는 1차 공판 때부터 저녁까지 심리를 이어가더니, 2일 결심공판은 이튿날 새벽 1시까지 10시간 넘게 강행군을 했다.
초유의 항로변경 사건이라 쟁점이 복잡한 면이 있고, 적용 혐의와 피고인이 여럿인데도 단 세 차례 공판으로 재판을 마무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소(1월7일) 때부터 기산해도 결심공판까지 한 달도 안 걸렸다.
한편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대역이 돼 녹음한 내용을 트는 이색적인 변론을 했다. 램프 리턴이 이뤄진 ‘불과 17초’ 동안 조 전 부사장이 쏟아냈다는 폭언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조현아-박창진’ 사이의 대화를 재연한 것이다.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부사장님 잠시 진정하시죠. 지금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 중입니다” 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들이 재연한 대화가 법정에 울리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밝힌 대화 내용을 다 말하려면 45초가 필요하다며, 박 사무장 등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깎아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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