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비수기 영향…내년 초 이사시즌 되면 반등할 것" 우세
'장기침체 신호탄' 주장도…"美 금리인하 등 외부요인 영향 받을 것"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부동산 시장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일까, 하락장이 시작된 것일까.

'강남불패'로 상징되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1년여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와 대치동 미도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개포주공1단지는 504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미도아파트도 1차와 2차를 합쳐 총 4870가구 규모다. 이 단지들은 최근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까지 내렸다.

'불패 신화'로 꼽히던 강남 아파트 시장에 하락세가 나타난 것을 놓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가격이 꾸준히 오른 탓에 일시적 조정국면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2분기 3.3㎡당 2884만원을 시작으로 올 3분기 3164만원까지 올랐다. 올 4분기 들어서도 Δ10월 3184만 Δ11월 3194만원으로 뛰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그동안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한 것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데다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대책 시행 등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돼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 대표들도 이 같은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도 사이클이 있지 않느냐"며 "전통적 비수기인 12월이 되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정체현상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비수기에는 아무래도 급매물들의 거래가 많다"며 "전체 시장을 놓고 볼 때 이런 경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가 되면 학군을 보고 들어오는 이사 수요가 다시 생기는 만큼 이 시기가 되면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다.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학군을 보고 들어오는 수요가 많아지는 1~2월이 되면 자연스레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 침체의 신호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공급과잉·대출규제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점점 위축되고, 가격도 점점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T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장에 관망세가 퍼져있는데 반전시킬 만한 요소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 초 학군 수요에 따른 이사가 몰리더라도 대출규제가 현실화되면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포주공4단지의 경우 올 들어서만 1억2000만원이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부동산 호황기에 힘입어 가격이 올랐다"며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어 당분간은 하락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후속 대책 등 정부의 정책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이달 들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대출규제나 공급과잉 우려 등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심리가 약해지고 있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후속 대책 발표가 향후 매매시장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 실장도 "시장이 장기침체를 겪으면서 학군 수요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기조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