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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우 교수 "동물의 심리 제대로 이해 못하면 반려 아닌 소유에 불과"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7년간 반려견 똘똘이(7·푸들)를 키워온 직장인 정가람(27)씨. 퇴근길에 펑펑 눈이 내리자 정씨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똘똘이가 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똘똘이는 눈이 내릴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일쑤다. 집에 도착한 정씨는 남동생과 함께 똘똘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 역시 똘똘이는 눈밭을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똘똘이를 지켜보던 정씨의 동생이 갑자기 정씨에게 말했다.
"누나, 개가 왜 눈밭을 뛰어다니는 줄 알아? 발이 시려서 그런 거래." 동생 말을 들은 정씨는 '멘붕'에 빠졌다. '발이 시려서 그런 줄도 모르고…. 똘똘아 미안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개가 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검색해 보면 많은 이들이 '개가 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발이 시려서 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 이들은 '개가 사람처럼 감정적으로 눈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개들도 좋아하는 눈이 오면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가 눈이 내릴 때 유독 흥분하는 건 발이 시려서도, 사람처럼 마냥 눈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개가 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녹색맹'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전문가인 한준우 시티컬리지(Citycollege)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개가 눈을 좋아하는 것처럼 오해가 생긴 건 사람 입장에서 개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먼저 개에게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개의 시력은 낮엔 0.2 정도고 밤엔 1.0 정도다. 개는 검정색, 흰색, 파란색, 노란색을 구분한다. 또한 가만히 있는 사물은 잘 못 보고 움직이는 사물을 잘 본다. 이런 걸 종합하면 눈은 흰색인 데다 움직이며 내려오니 개에겐 눈이 최고의 장난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개의 행동을 오해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도 친근감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역시 오해다. 물론 개가 기분이 좋을 때나 친근감을 표시할 때 꼬리를 흔들기도 하지만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도 꼬리를 흔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 교수는 "개들이 공격을 하기 전에도 꼬리를 짧고 빠르게 움직인다"면서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개가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착각하고 개에게 다가갔다가 물리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했다.
개가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지, 공격하려고 꼬리를 흔드는지는 몸 전체로 표현하는 언어를 유심히 봐야 알 수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등의 털을 쭈뼛 세우고 입 주위를 실룩이며 꼬리를 흔든다면 경고신호"라면서 "화가 났다기보단 두려움에 대한 경계 표시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보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개나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 입장에서 살펴야 심리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반려가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반려견과 사는 보호자 대다수가 크고 작은 오해 때문에 반려견을 혼내거나 심하면 때리기도 한다. 하지만 체벌로 반려견의 행동을 고치려하는 건 절대 안 된다"면서 "문제 있는 보호자가 있을 뿐 문제 있는 반려견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보호자 생각이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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