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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20일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3개월 째다. 지난 1월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36)이 첫 환자로 보고되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19와의 사투를 시작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된 나라는 모두 6개국.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태국, 대만, 미국 등에서 환자가 나왔다. 약 90일이 지난 지금 이들 국가의 희비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태국 등은 정점을 지나거나 비교적 진정 국면에 접어든 반면 미국과 일본은 계속 확산세다. 해외에서는 이를 적극적인 검사와 관리에서 비롯된 방역 대응의 차이라고 보고 있다.
◆ 한국, 확진자 세계 2위서 진정세=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영국 BBC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22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55명이었다. 중국이 548명으로 단연 압도적이었고 일본과 태국 각 2명, 우리나라와 대만, 미국에서 각 1명씩 환자가 보고됐다. 3개월이 지난 이날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75만908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들 6개국 기준으로는 중국이 8만3805명으로 두 번째다. 그러나 2월 중순 이후 정점을 지나 3월부터는 신규 환자 두 자릿수 안팎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감염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일본으로 누적 1만1519명이다. 3월 말부터 신규 환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우리는 이날 0시 기준 1만674명으로 최근 열흘 이상 신규 환자 30명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발병이 나와 지난 2월24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 2위까지 치솟았으나 3월8일부터 신규 환자가 차츰 줄었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난달 22일 이후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태국은 1월 말 기준 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가 지난달 말 신규 확진자 100명대로 상승 곡선을 그린 뒤 다시 진정되는 국면이다. 이날 기준 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765명이다. 대만은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며 큰 위기를 맞지 않았고 누적 확진자 수도 420명에 불과하다.
◆ 과학적 근거 기반 방역 효과=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대만에서 매우 우수한 공공보건 대처를 했다. 숫자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며 "칭찬받을 만하다"고 했다. 대만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출입경을 통제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 이후 마련한 여행 금지, 방역, 감시 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감염병 단계별 124개 행동지침도 준수했다.
이와 상반된 평가를 받은 곳은 일본이다. 시부야 겐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교수는 일본 주간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구성한 전문가 회의를 언급하며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지난 1일 회의가 열렸을 당시 구성원들이 긴급사태 선언을 제언하지 않고, 해외처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또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하겠다며 대상자를 압축해 검사한 일본 보건 당국의 대응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지사들이 광범위하고 정확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가 최근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성급한 결정이 코로나19 확산을 다시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앞서 진단검사를 하루 1만~1만5000건씩 시행하고 조기에 확진자를 찾아 2,3차 전파를 막는 방식을 택했다. 외신들은 이동제한 등의 통제 대신 검역과 관리로 대처한 한국의 사례를 여러 번 주목했다. 앞서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과학적인 근거와 전문성에 기반한 감염병 관리"를 방역당국의 철학으로 꼽았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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