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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처럼 촘촘하게 늘어선 성냥개비들을 따라 불이 번져나간다. 순식간에 불이 붙는가 싶더니 성냥개비 하나가 슬쩍 줄에서 빠져나온다. 팔다리 달린 사람으로 의인화된 이 한 개비의 이탈로 성냥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불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재치있게 표현한 이 12초짜리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자막도 한 줄 없고 음향도 성냥에 불이 붙으며 지직거리는 소리뿐인데도 메시지가 뚜렷하다. 인스타그램에서만 90만번 이상, 트위터에서도 30만번 조회됐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이 영상을 보냈다" "내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야 한다" 같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영상을 만든 이는 미국에 거주하는 스페인 비주얼 아티스트 후안 델컨이다. 그는 미국 내 식당·카페들이 문을 닫고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며 사태가 심각해지던 시점에 이 영상을 올려 자발적 참여를 촉구했다. "집에 머물면서 각자 자기의 일을 하자.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움직이는 성냥개비는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고정된 구도여서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제목은 '안전 성냥(Safety Match)'. 원래는 아무 데나 그어서는 불이 붙지 않도록 만들어진 성냥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델컨은 록그룹 U2의 콘서트 무대 배경 영상을 제작했고 스포츠 브랜드 푸마 등의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1년쯤 전부터는 성냥개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스포츠나 악기 연주 장면을 표현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 델컨은 "성별도, 인종도, 나이도 알 수 없는 성냥개비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다"면서 "아주 매력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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