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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자유)] “블랙홀 아닌 그림자 본 것”…서울대 교수의 ’상대적으로 쉬운’ 블랙홀 설명
상세 내용 작성일 : 19-05-22 23:30 조회수 : 1,356 추천수 : 0

본문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연구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 EHT ) 연구팀은 10일 오후(현지 시간)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EHT 연구팀 제공


인류가 블랙홀의 핵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11일 거의 모든 언론 매체의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하면서 처음 등장한 개념상의 블랙홀 존재를 인류가 눈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기에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블랙홀은 별 등이 극도로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어두울 것으로 예측돼 블랙홀(검은 구멍)로 불려왔다.

하지만 평소 천체과학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 블랙홀은 너무 어려운 대상이다.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 했던가. 천체 물리학자인 서울대 우종학 교수가 블랙홀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이날 일반인 눈높이에서 이번 블랙홀 촬영의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우 교수는 “블랙홀 연구자로서 몇 가지 알려드리는 게 국가연구비를 받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도리가 아닐까 해서 몇 자 적는다”고 글을 쓴 배경을 밝혔다.

다음은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해설’ 페이스북 글 전문

어제 발표된 블랙홀 그림자 영상을 알기 쉽게 간단히 설명해 볼까 합니다. 블랙홀 연구자로서 아무래도 몇가지 알려드리는게 국가연구비를 받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도리가 아닐까 해서 몇자 적습니다.

1. 블랙홀을 본 것이 아니라 볼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입니다.

이 영상은 블랙홀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에 의해서 빛이 가려지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입니다. 소위 블랙홀 shadow 라고 부르지요.

블랙홀 주변을 찍은 영상을 가지고 블랙홀을 봤다고 한다면, 이미 2000년대 초에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본 셈입니다. 중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주변에 별들이 빠르게 공전하고 있는 모습을 이미 촬영했으니까요.

2. 블랙홀 그림자는 왜 생길까?

블랙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림자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검게 보일 겁니다. 그러나 M87이라고 불리는 이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주변에는 빛을 내는 소스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스가 블랙홀로 들어가기 전에 원반을 형성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돌면서 빛을 냅니다. 둘째 상대론적 전자들이 운동하는 제트가 나옵니다.

이 두가지 소스에서 빛이 나오는데 이번에 관측된 빛이 정확히 이 둘 중 어느 것이라고 분별할 수는 없습니다. 이 빛이 EHT 로 1.3밀리미터 파장에서 전파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빛이 나오지 못하고 검게 나타나는 영역이 생깁니다. 사진 중앙의 둥그런 부분이 바로 그렇습니다. 여기가 블랙홀에 의해 생긴 그림자이죠.

3. 블랙홀 그림자는 왜 둥그런 모습일까?

블랙홀은 그림자의 중심에 점원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중력은 거리에 따라 약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블랙홀에서 멀어지면 빛이 드디어 나올수 있게 됩니다. 이 표면적을 사건지평선이라고 합니다 (공의 표면적을 생각하면 됩니다)

즉, 블랙홀 주변에서 나오는 빛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에 가려서 둥그런 그림자를 만듭니다. 그래서 그림자는 대략 대칭적인 원반 형태로 2차원 사진에 찍히는 것이죠.

정확히 말하면 원반은 우리가 보는 시선 방향에 정확히 90도로 놓여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원반이든 제트든 거기서 나오는 빛은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휘어서 중력렌즈 효과를 일으키고 어디 방향에서 보나 둥그런 원 형태로 보이게 됩니다.

4. 사건지평선을 본 건가요?

블랙홀 그림자와 빛이 보이는 영역의 경계를 사건지평선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빛이 강착원반에서 나오는 거라고 하면 원반의 가장 안쪽을 보는 셈입니다. 이 영상은 분해능이 좋지 않게 정확한 경계가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블랙홀 그림자(원 형태)의 경계를 사건지평선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5. 블랙홀 그림자 밖의 링은 왜 아래쪽이 더 밝나요?

그 이유는 소위 도플러 부스팅 때문입니다.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가스가 내는 빛은 도플러 효과를 받아 훨씬 강하게 관측됩니다. 반면에 멀어지는 가스가 내는 빛은 약하게 관측됩니다.

6. 아래쪽이 우리를 향하게 다가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것은 원반이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원반은 대략 왼쪽이 살짝 우리쪽으로 가깝게 들려있습니다. 오른쪽은 살짝 더 먼 쪽으로 그러니까 지면아래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만일 시계방향으로 가스가 회전한다면 링의 아래쪽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운동을 하고 윗쪽은 멀어지는 운동을 하는 것이죠.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도플러 부스팅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7. 원반이 기울어진 건 어떻게 아나요?

그건 이 영상에는 없지만 제트가 관측되어 기울기가 측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제트가 지구 방향으로 날아온다면 점으로 보일텐데 제트관측을 해보면 오른쪽으로 퍼져나가는 빔이 보입니다. 측정을 해보면 우리시선 방향에서 17도쯤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제트는 팽이의 심처럼 원반에 수직한 방향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제트가 우리 방향으로 똑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서 보인다면 원반도 같은 각도 만큼 기울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왼반 왼쪽편이 들려서 우리 쪽에 더 가깝게 놓여 있어야 합니다.

8. 그럼 반대로 위쪽이 더 강하게 보일 수도 있지 않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래쪽이 더 강하게 보이니까 블랙홀이나 원반의 회전이 시계방향이라는 걸 알게된 겁니다. 만일 윗쪽이 더 강하게 관측되었다면 반대로 회전이 반시계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시계방향으로 회전해야 왼쪽이 들린 원반에서 아래쪽의 가스가 우리 방향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9. 블랙홀이 회전하는 건가요, 원반이 회전하는 건가요?

블랙홀도 회전하고, 원반도 회전하는데 두 개의 회전 방향이 반대라고 가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관측만으로 회전에 관한 뚜렷한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논문을 자세히 봐야겠지만 경우의 수는 많습니다. 만일 이 빛이 제트에서 오는 거라면 제트가 블랙홀의 회전에서 만들어지는 건지 혹은 원반에서 만들어지는 건지, 그리고 강착원반에서 빛이 나오는 거라면 블랙홀의 회전 각운동량과 강착원반의 각운동량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좀 복잡해 집니다. 아마도 모델 계산은 다 했을 겁니다. 블랙홀 회전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요.

10. 블랙홀을 증명한 건가요? 일반상대론을 증명한 건가요?

글쎄요. 블랙홀의 존재는 M87이 아니라 우리은하 중심의 사지타리우스 스타로 불리는 블랙홀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일반상대론은 중력파를 통해서 그리고 그 이전에 중성자별의 관측을 통해서 충분히 입증되었습니다.

11.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의의는 무엇인가요?

이번 관측은 블랙홀 그림자를 처음 관측한 것이고 이 그림자의 크기는 이미 예전에 측정된 이 블랙홀의 질량에서 잘 예측됩니다. 이 블랙홀은 대략 태양보다 60억배 무겁습니다.

블랙홀 그림자는 빛을 가리는 현상이고 이 빛을 내는 강착원반과 제트에 대해서 그리고 일반상대론과 자기장을 넣은 시뮬레이션 등으로 블랙홀 근처의 현상을 이론적으로 연구한 것과 직접 관측한 결과가 상당히 일치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블랙홀 자체보다는 블랙홀 사건지평선 바로 바깥쪽의 물리현상을 처음으로 제대로 연구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2. 첨부한 영상은 천체물리저널 래터 논문에 실린 자료입니다. 왼쪽이 실제 관측, 가운데가 시뮬레이션, 오른쪽이 망원경의 영상처럼 분해능을 맞추어 예측한 모델입니다. 비교해 보면 정성적으로 비슷하지만, 여전히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것이죠.

도움이 되셨기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0&aid=0003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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