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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신 분이 한 분 떠 돌아가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필상 박사 림프암 투병 중 별세
시신은 아주대의료원에 기증
그는 어려운 젊은 시절을 이겨내고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모교에 기증했다. 남다른 기부에 나선 그를 기다린 것은 막대한 증여세였다. 180억원을 기부했더니 140억원을 세금으로 내라고 했다. 7년간 세무 당국과 법정 다툼을 벌이며 부당한 법 개정까지 끌어낸 황필상(71) 박사가 31일 별세했다. 황 박사는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의 시신도 모교 후배들을 위해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2017년 4월 황필상 박사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인터뷰하는 모습. /김지호 기자
황 박사의 기부로 설립된 구원장학재단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5시쯤 서울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동안 림프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왔으나 주변에도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고교를 졸업한 뒤에도 3년 동안 우유 배달과 막노동을 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공부에 한이 맺혀 고교 졸업 8년 만인 26세에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1973년 4개 학과, 입학정원 280명으로 개교한 아주대의 1기 입학생이었다.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국립과학응용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4~1992년 한국과학기술원(
KAIST
) 교수로도 근무했다.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1992년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02년 아내와 두 딸을 설득해 모교인 아주대에 회사 주식의 90%(약 180억원)와 현금 10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그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재산이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어서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고 했다.
아주대는 그의 뜻을 따라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전국의 대학생·교수에게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황 박사의 선행은 뜻밖에도 '세금 폭탄'에 부딪혔다. 수원세무서가 2008년 "장학재단에 대한 기부라도 현금이 아닌 주식일 경우 무상 증여에 해당된다"며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재단과 황 박사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7년 넘게 진행되면서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으로 불어났다. 황 박사는 살던 아파트까지 압류당하는 곡절도 겪었다. 선의의 기부를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2017년 4월 대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도 세법의 문제점을 인식해 성실공익법인에 대한 비과세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했다. 황 박사는 그동안 구원장학재단을 통해 약 28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황 박사가 시신 기증을 서약한 것은 24년 전이다. 1994년 7월 갓 개원했던 아주대의료원의 1호 서약자였다. 사전 연락도 없이 무작정 병원에 찾아가 "시신을 기증하고 싶으니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밝혀 병원 직원들이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황 박사의 대학 동기였던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 교수는 "황 박사는 대학 시절 우리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듬직한 형이었다"며 "재산을 많이 가지면 오히려 정신이 부패한다며 아낌없이 베풀었던 분"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일 오전 8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수원=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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