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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수록 강해진다
버티면 강해진다는 점에서, 턱걸이는 인생과 완벽히 부합한다. 맨몸의 무게를 맨몸으로 견디는 고통이 맨몸을 재련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단련법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대세는 맨몸운동. 그 맨몸운동의 꽃이 바로 철봉이라 할 수 있다.
맨몸 무게 그대로 견디는 철봉… 매달리기만 해도 온몸 근육 단련
고난도 기술 겨루는 시합도 열려
머슬 업·플란체… 매달리고 당기고, 찢어지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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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 맨몸으로 여름 준비 끝장낸다
헬스트레이너 이재호(30)씨는 2년 전 폐에서 종괴를 발견했다. 운동광이었던 그는 폐의 4분의 1을 떼어낸 후 급격히 쇠약해졌다. 퇴원한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건 철봉. "단 한 개를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확실한 운동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팔을 끌어당겨 턱을 철봉 위로 올릴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깨어났다. 6개월 후,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턱걸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철봉으로 다져진 이씨의 몸이 여러 개 봉우리로 울퉁불퉁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단련법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대세는 맨몸운동. 그 맨몸운동의 꽃이 바로 철봉이라 할 수 있다. 1986년 6월 한 신문기사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철봉·평행봉을 하면 일등 체력을 유지, 건강 장수할 수 있다. 최근 영국 버밍엄대학 운동신경연구소 크레이그 샤프 박사가 이 같은 체조의 장점을 주장해 국내외 스포츠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이 유구한 운동 효과에 대해선 의심의 눈을 거두도록 하자. 방법은 심히 단순하다. 철봉을 손으로 감싸쥔 뒤 어깨·등의 힘을 끌어모아 몸을 들어 올리면 그만. 그러나 가장 단순한 것이 때로 가장 어려운 법. 저질 체력이 단 하나의 턱걸이도 허용치 않을 땐, 일단 매달리고 보자. 이씨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그냥 매달리기만 해도 일주일 안에 2개 이상 턱걸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맨땅에서 팔굽혀펴기로 기초 체력을 기르거나, 철봉에 탄력 밴드를 매달고 무릎 꿇은 상태로 밴드 위에 올라타 턱걸이를 하는 방법도 있다. 버티면 버틸수록 근육은 찢기고 아물고 부풀다가 딴딴해질 것이다.
턱걸이를 할 때마다, 등짝은 하회탈처럼 다채로운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매달릴 땐 수근·전완근·견갑거근·승모근, 끌어올릴 땐 상완이두근·상완근·완요골근·대흉근·소흉근·대원근·광배근이 추가로 작용한다. 턱걸이만으로 등판이 태평양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턱걸이의 주요 타깃은 등근육이지만, 자세에 따라 각종 코어 근육까지 에너지가 방사된다. 전신 운동에 가까운 이유다. 반동 없이 척추기립근을 빳빳이 편 상태에서 당겨야 근육이 가장 극적인 타격을 입는다. 올라갈 땐 재빨리, 내려올 땐 버티면서 천천히 내려온다.
손등이 보이도록 철봉을 쥔 오버그립(over grip)으로 턱걸이를 하면 ‘풀업’(pull up). 반대로 손바닥을 얼굴 쪽으로 향한 언더그립(under grip) 상태로 하면 ‘친업’(chin up)이다. 언더그립이 이두근 개입이 많아 좀 더 수월하다. 횟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올 때, 역시 답은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더는 안 될 때까지 계속 매달리고, 당긴다. 찢어지는 고통!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양 어깨에 투포환이 하나씩 들어가 있을 것이다. 노출증을 주의할 것. 이제 ‘기술’의 영역으로 옮겨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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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 운동 끝판왕, ‘스트리트 워크아웃’
철봉을 하면서 각종 고난도 자세를 만들거나 묘기를 구사하는 걸 ‘스트리트 워크아웃’(Street Workout)이라 한다. 길거리 운동이라는 뜻인데, 러시아·미국 등 해외에선 선풍적인 인기다. 국내에선 철봉 운동으로 국한되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철봉을 타고 넘고, 철봉에서 물구나무를 서거나 아예 철봉에서 뛰어올라 360도를 돌아버리는 철봉 위 닌자들. 전국적으로 10여 개 팀에 소속된 300명 정도가 동호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7월 17일 싱가포르에서 국제 철봉 대회가 열리고, 7월 29일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계 스트리트 워크아웃 협회(WSWCF) 주최 프리스타일 세계 대회가 열린다. 지난해 ‘전국 익스트림 스트리트 워크아웃 대회’도 열리는 등 국내 행사도 활발해지는 추세. 다음 달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샘터공원 내에 소규모 ‘철봉 공원’이 생긴다. 동호인을 위한 첫 전용 공간이 열리는 셈이다. 바킹즈 멤버들이 근처 학동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철봉을 잡는다. 웃옷을 벗자, 산책 나온 주민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분명 벗은 몸인데, 웬 갑옷이 꿀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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