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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자유)] 30년 근무지 퇴직 신청, 얼마나 손이 떨렸을까
상세 내용 작성일 : 15-12-28 13:59 조회수 : 278 추천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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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하였습니다. 신청 기한은 3일간인데, 실질적으로는 시행문이 사내에 공지된 지 48시간 내인 24일 오후 6시까지 신청을 해야 했습니다. 퇴직 날짜는 2015년 12월 31일이 됩니다. 수십 년간 다닌 회사의 출근을 마무리하는 결정을 이틀 만에 내려야 하고 열흘 이후에는 더 이상 출근할 곳이 없어지는 거죠.

연말연초 여기 저기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기사를 보며 '우리 회사는 안 하나?'라며 동료들과 뒤숭숭한 대화를 주고받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안내문을 눈앞에 맞닥뜨리니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마음이 더욱 서늘해집니다.

늦게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하기엔 시장 경제의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거든요. 얼마 전 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자에 20대 신입사원까지 포함시켰다는 기사를 보고 동료들과 함께 분개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모두 반려되긴 했다지만, 20대 직원이 스스로 퇴직을 희망하거나 명예로운 퇴직을 원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희망퇴직 시행문을 보면서 회사 내 입사 동기 외 유일한 사적 모임에서 많이 의지하고 좋아하던 선배님의 거취가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소심한 저는 L 팀장님께 직접 여쭤보지 못하고 C 차장님께 선배님의 거취를 묻는 전화를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퇴직을 염두에 두고 계시던 L 팀장님이 이번에 퇴직 신청을 하신다고, 아니 이미 하셨다고 하네요. 직전 명예퇴직 실시 때 신청을 말리던 다른 차장님들도 이번에는 선배님의 뜻을 막지 않으셨대요. 인사시스템에서 퇴직을 신청하는 버튼을 클릭하며 얼마나 손이 떨렸을까요.

저보다 다섯 살 많으신 C 차장님은 나이로는 이번에 막 퇴직 신청 대상에 포함되셨습니다. 그러나 좀 더 일하며 승진도 도모해 보고 싶으시다고 하면서도 다음 번, 혹은 다다음 명예퇴직 때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도 그 고민에 같이 끌어들이십니다.

"다음, 아니 다다음 명퇴 때는 이 과장도 고민을 해야겠네..."

아무래도 거대 조직에서 남자보다 적은 여자 승진의 자리를 고려한 배려이자 농담이셨을 텐데요. 벽에 똥 칠할 때까지, 나가라고 밀어낼 때까지는 회사를 다니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저 역시 지금부터 더도 말고 10년간만 현재 상태를 유지하길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에서 여자 임원은 한 손만 펼쳐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로 적고, 여자 부장이나 중간 관리자 역시 남자 직원수에 비하면 볼품없이 적거든요. 그 안에서 특수직군 경력자인 저는 승진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쌍둥이 남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직접 병수발을 하지는 않지만 아프신 친정엄마, 시아버지를 챙기는 등 다양한 상황이 회사에서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펼쳤다 접곤 하죠.

이번 희망퇴직을 보며 평소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할 곳이 없어진다면 과연 그 상실감을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 생각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저야 이제 겨우 16년을 채운 사회 생활이고 세 번째 직장이지만, 한 직장에서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신 선배님의 경우 2016년 첫 월요일,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벌써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겠지만, 누군가는 열흘여 뒤 영원히 떠날 직장을 생각하며 착잡한 기분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겠지요.

십년 뒤 2026년의 첫 월요일 아침. 저는 어떤 기분으로 눈을 뜨게 될지 고민해 보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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