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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병든 아버지와 동생을 부양하며 피자 배달을 하는 청년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는 청년에게 꿈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은 냄새가 나는 가정을 갖고 싶습니다."
청년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고 피자 배달을 다니면 정말 지독하게 춥습니다. 그런데 피자를 전해 주려 현관문을 들어서면 집마다 특유의 독특한 냄새가 있습니다. 집이 크든 작든, 비싼 가구가 있든 없드 아늑하고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딘지 냉랭하고 서먹한 냄새가 나는 집이 있습니다. 아득한 냄새가 나는 집에서는 정말 추운 바깥으로 나오기가 싫어요.
저도 훗날 그런 가정을 꾸미고 싶습니다."
아무리화려해도 냉랭한 공기가 도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소박해도 행복한 냄새가 나는 집이 있더라는 피자 배달 청년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느 시인은 얼마 전에 참 행복하게 사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는데, 비결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더워서 고생했다"라고 하고, 추운 날에는 "추워서 고생했다"고 합니다.
또 아내는 남편이 지쳐 보이면 아이처럼 재롱도 떨고 바보가 되어 준다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팔짱으로 끼고 산책을 나서는 그 부부에게 불행해질 틈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이 꾸민 행복의 공간은 세상의 잣대로 보면 참 작을지 모릅니다. 방이 두 개인 지하에서 아이 둘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볕이 잘 들지 않는 집은 사랑으로 인해 전혀 어둡지 않았고, 좁은 집은 사랑으로 인해 넓은 대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면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냄새가 납니다. 바로 행복의 냄새입니다.
훌륭한 건축의 조건은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우리 집에 가장 필요한 건 값비싼 장식물도 가구도 아닐 것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감싸 주는 사랑, 바로 그것이 집 안을 따뜻하고 편안한 향기로 채워 주겠지요.
-행복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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