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유무는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남이 결정해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 해주는 사람이더라도 내가 듣기 싫으면 쟤는 꼰대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꼰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을 배려해 주면서도 과하게는 하지 말아야 하니까요. 아예 배려하지 않으면 되지만 그럼 또 사무적이라고 욕 먹습니다.
저는 과거에 꼰대짓으로 심하게 실수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동생의 인생이 너무 무너지는 것 같길래 좀 꾸준하게 진로를 바꿔볼 것을 요구했죠. 저는 그 동생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삶이 무너져 관계가 멀어지지 않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과한 조언은 결국 꼰대로 가는 아우토반을 달리는 꼴, 동생은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저는 과한 참견을 사과했죠. 그 뒤로 제가 내린 결론. "누구든 먼저 묻지 않으면 절대로 조언하지 않는다". 물론 오지랖 넓은 성격이라 잘 못 지키긴 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대신 실천이 어렵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참견하지 않는 것". 누군가에게 요구하는 것도 참견, 바라는 것도 참견, 기대하는 것도 참견입니다. 참견 하지 않으면 우리는 꼰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전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면 절대 꼰대가 되지 않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새 조금씩 변하고 있더군요. 참견쟁이가 된거죠. '분명히 내가 볼 땐 이게 답인데...' 그래서 얘길 건넨적이 부지기수 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말해도 대부분 안 듣습니다.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하는게 인간이니까요. 저는 저 좋자고 욕 먹을지도 모르는데 허공에 삽질한거죠.
때로는 꼰대를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식사 자리에서 처음보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나자마자 대뜸 저보고 "내가 형이니까 편하게 해도 되지?" 묻길래 그러라고 했죠. 경험상 초반부터 이러면 답이 없던 적이 많아서 약간 손절각이라고 느꼈지만, 굳이 섣부른 판단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밥 먹고 있는데 계속 말 할 때마다 '형이 볼 땐~', '형이 생각할 땐~' 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기준에선 전형적인 꼰대죠. 자꾸 이러길래 말 섞으면 피곤하겠다 싶어 일부러 먼저 말 한 마디도 안했습니다.
이 사람은 돈도 매우 잘 썼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들러붙는 사람은 많은데 뒤돌아서면 다 욕했죠. 결국 사람들은 돈 때문에 붙어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외로워하고 슬퍼보였습니다. 꼰대는 외로운 거죠. 솔직히 저도 꼰대 기질이 있습니다. 근데 외로운 꼰대는 되고 싶지 않네요. 나이가 먹은 뒤엔 생각이 젊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대화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결국 시간이 지나며 머리도 보수적으로 변할겁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꼰대가 되지 않는 훈련을 해야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처: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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