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는 10년째 빨간 날이 없는 달이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보통 백화점은 월 1회 정기 휴일을 갖지만 유독 12월에는 단 하루도 쉬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영업일수가 '31일'인 유일한 달이다.

백화점의 12월 달력에서 빨간 날이 사라지게 된 역사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까지 전체 유통 채널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유통 황제로 군림하던 백화점은 2002년 '저가 공세'를 하는 대형마트에 유통 황제 자리를 내주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홈쇼핑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백화점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6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부진했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12월 '무휴'를 선언했다. 하루 매출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또 한 번 소비 시장이 타격을 입었고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 없는 '12월 무휴'는 사실상 정례화됐다.

백화점들이 12월 무휴의 유혹을 놓칠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달이 매출 실적이 가장 좋은 달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12월 매출이 1년 매출 중 1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11년부터 전에 없던 '송년 세일'이 대표적인 백화점 세일 시즌으로 자리 잡으면서 휴무일을 정하기가 애매해졌다. 백화점 정기세일이 1월에 있기 때문에 송년 세일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겨울·이월 상품 위주로 세일이 이뤄져 1월에 있는 세일을 당겨서 하는 셈이라 12월 초에 하는 세일이 1월 세일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