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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의료인들은 의사 단체가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월권을 저지르고 있다고 일갈한다.또 의료 공공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의사 사회 내 다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구성원에게도 투쟁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큰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 30여명은 최근 페이스북에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라는 계정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뉴시스는 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우리는 명분이 실종된 이 파업을 옹호하지 않는다"며 "공익성 없는 미약한 명분에 비해 너무 과도한 방식으로 파업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은 각자의 직업적 위치를 초월해 의사들이 한 몸으로 거듭나 명분없는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업 주도 집단의 핵심 주장은 어떠한 방식의 의대 증원도 반대하고, 결국 수가 조정이나 병원 설립 등 의사의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만한 정책만을 허락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의 결과를 멋대로 왜곡해 해석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로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인력의 지역별, 과목별 안배도 중요한 이슈지만 증원과 병립돼야 하는 과제이지 의사 증원을 반대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도 앞으로 의료 수요가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균 진료 횟수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료 인력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하는데, 진료 횟수가 높은 것은 오히려 의료의 질에 대해서 반문할 수 있는 증거다. 또 적절한 시간 내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연간 1인당 진료 횟수만을 갖고 의료접근성이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료 취약지의 사정을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와의 협상에서 '정책 철회'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의료계의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의사들이 스스로의 권한을 과대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에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의사 단체만이 정책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려 해서는 안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두 차례나 중재안을 거절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문제라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잃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지도부가 이끄는 의료계 내 담론은 '수가 인상'과 '의대 증원 절대 반대'라는 대안 아닌 대안만을 자가증식시키고 있다. 국민 여론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전면 철회라는 지나친 요구가 의료계 안에서는 유일한 출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투쟁 동참을 강요하고 소수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의사 사회 내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학생 사회의 경우 각 학년 대표들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온전히 위임한다는 의결 주문이 통과(8월20일)되고 나서는 시국에 대한 의견을 묻는 대회원 설문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파업을 지속한다는 대전협 지도부의 결정이 나왔을 때 '학생 단체행동은 변화없이 진행된다'는 공지를 올릴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경우 독자적인 노선 없이 대전협의 투쟁 방향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의결이 있었다. 대회원 의견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위 대표들의 결정에 따라 대전협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 것은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의대 사회의 위계 질서가 작동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시 취소를 하지 않은 인원에 대해 부정적인 전공의 사회의 시선이 드러나기도 했다. 내년에 입사하는 인턴은 '국시 반역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사석에서는 스스럼없이 오간다고 한다. 전공의 단체 카톡방에 학교별 국시취소 현황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후배들의 참여율을 두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국시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줘서 떨어뜨려야 한다는 글이 익명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 현역 군의관이 저런 주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응시자 입장에서 매우 부당한 일이고, 그런 망언이 비판 없이 유통되는 의사 사회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전공의 사회에서는 단체 행동에 함께하지 않으면 고연차 전공의에게 불려가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 추궁당하기도 하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연차를 쓰고 병원에 나가지 말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사실상 파업에 강제 동원을 지시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익명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수 의견을 쉽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익명으로 여러 사람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인 페이스북 페이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활동 과정에서 다수로부터 신원 공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신원을 공개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폭력적"이라며 "소수 의견이 탄압받는 조직 내에서 어떻게 신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할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종주의와 결합해서 중국 동포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의사들의 반정부 투쟁에 함께 하지 않으면 갑자기 중국 국적을 가지게 되는 것인가"라고 항변했다.
이들이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만 비판적인 시각을 취한 것은 아니다. 정부 역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 등에 대한 건강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정부 역시 정책 추진 준비의 허술함을 인정하고 정책 구성을 내실화해 국민 앞에 다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의사 증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정부는 정책 추진의 실제 수혜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 병원 건립을 통한 의료 접근성 향상 등 가시적인 이득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주장에 구체적인 반론을 제시하는 대신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는 등 반대 논리에 대한 대비 역시 부실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치 투쟁 일변도로 퇴색한 지금의 의·정 갈등을 넘어 의료의 공공성이 무엇인지, 이를 담보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의사 사회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 건강한 담론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시작해야만 했고 그게 우리의 역할이라 믿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시민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뛰어들어 담론을 발전시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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